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는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의 직설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동전쟁 여파에 물가상승률이 전망경로를 크게 이탈하면서,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해졌단 평가다.
시장에선 5월 금통위가 연내 금리 인상을 공식화하는 '예고편'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공식 발언했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유 부총재를 포함, 금통위원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오는 28일 금통위 정례회의가 예정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금리 인상에 대한 밑밥을 선제적으로 깔았단 평가도 나온다.
지난 2월 전망과 현 상황간 괴리가 크다는 점도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경제전망 당시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2.2%로 예상한 바 있지만,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나 상승, 지난 2024년 7월(2.6%)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해당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석유류로, 전년 대비 21.9%나 뛰었다. 실제 석유 최고가격제나 유류세 인하 등 물가안정대책 영향을 배제할 경우 물가상승률은 3% 후반대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한은은 고유가와 작년 농축수산물 기저효과를 근거로 5월 물가상승률이 4월 대비 더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수입물가가 3월 기준 전월 대비 16.1% 상승하며, 지난 1998년 1월(17.8%) 이후 최대 상승폭을 시현했다. 지난달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2.9%로, 중동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월과 비교해 0.3%p나 확대됐다. 이처럼 중동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 전이되면서, 물가상승률이 하반기 3%까지 상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성장의 하방 위험은 축소됐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7% 증가, 지난 2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0.9%)의 두 배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반도체 중심의 IT 수출과 예상보다 견조한 내수 영향으로, 현재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 후반대부터 3%까지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4월 금통위 당시 한은은 성장의 하방압력과 물가의 상방압력이 동시에 확대됐다며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된 반면, 물가의 상방압력이 예상보다 더 커지면서 통화정책 기조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단 설명이다.
실제 유 부총재는 이번 간담회에서 "4월 금통위 이후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경기는 2%보다 낮아질 것 같진 않고, 물가는 2.2%보다 높아질 상황"이라며 "2월 점도표와 비교하면 상단과 평균이 모두 올라갈 여지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총재의 발언을 보면 금통위까지 3주나 남은 가운데, 상황이 지난 전망과 크게 달라진 만큼 미리 신호를 준 것에 가깝다고 본다"며 "이를 고려하면 5월 금통위는 '깜짝 인상'보단 인상 신호를 주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되, 점도표를 상향 조정하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하반기 최소 1회 이상의 인상 가능성을 반영 중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미 연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5월 점도표에서 1회 인상을 제시하는 점의 수가 동결과 유사한 수준까지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다만 2회 인상을 제시하는 점의 수가 존재하지 않거나, 1~2개 정도에 그친다면 인상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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