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청년들은 왜 '쉬고' 있는가 ? 좋은 일자리가 없다

서울의 한 청년일자리센터에 청년 채용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최근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할 청년층을 중심으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며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뉴시스.

청년들은 왜 '쉬고' 있는가 ? 좋은 일자리가 없다

서울의 한 청년일자리센터에 청년 채용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최근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할 청년층을 중심으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며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뉴시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업률은 2.8%, 고용률은 62.9%였다.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 지표는 여전히 양호하다. 그런데 같은 시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 없이 그냥 ‘쉬고 있다’고 답한 비경제활동인구는 255만 5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0년 141만 9000명에서 1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고용 지표는 좋은데, 쉬는 사람은 늘고 있다. 이 모순은 무엇을 말하는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요”

통계청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25년 8월)에 따르면 20대 ‘쉬었음’의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로 33.8%를 차지했다. 30대도 27.3%가 같은 이유를 꼽았다. 몸이 아파서도, 육아 때문도 아니다. 일하고 싶지만 갈 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2025년 기준 20대 ‘쉬었음’ 인구는 40만 8000명으로 20대 전체의 7.1%에 달하며, 30대는 30만 9000명으로 해당 연령대의 4.5%다.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해야 할 청년들이 노동시장 밖에 머물고 있다. 이들을 단순히 취업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보는 시각은 현실을 비껴간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뿌리로 노동시장의 구조적 이중성을 지목한다.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진입 가능한 일자리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국 노동시장을 들여다보면 그 이중성은 숫자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결국은 좋은 일자리가 답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300인 이상) 상용근로자처럼 임금과 고용 안정이 보장된 이른바 ‘좋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취업자는 전체의 약 15.9%에 불과하다. 나머지 84.1%는 중소기업 상용근로자, 임시·일용근로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자리에 속한다. 전체 취업자 2897만 명 중 가장 큰 비중인 46.5%는 중소기업 상용근로자다. 임시근로자가 17.0%, 자영자가 14.6%로 그 뒤를 잇는다.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 다섯 명 중 네 명은 취약한 일자리에 있다. 그리고 청년들은 이 현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같은 나라, 다른 세계

두 노동시장 사이의 격차는 냉혹하다.

임금부터 다르다. 대기업 중심 노동시장 임금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약 495만 원인 반면, 취약 노동시장 임금근로자는 약 292만 원으로 1.7배 차이가 난다. 같은 ‘정규직’이라도 대기업 상용근로자는 평균 495만 원, 중소기업 상용근로자는 345만 원으로 1.4배 이상 차이 난다. 건설업의 경우 같은 업종임에도 대기업 소속 609만 원, 중소기업 소속 347만 원으로 격차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고용 안정성도 다르다. 대기업 상용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11년 3개월이지만 중소기업 상용근로자는 7년 5개월로, 같은 정규직이라도 약 4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사회안전망도 다르다. 대기업 중심 노동시장에서는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가입률이 사실상 100%에 가깝다. 반면 취약 노동시장에서는 국민연금 가입률이 63.8%, 고용보험은 73.1%에 그친다. 직장을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는 사람이 4명 중 1명 이상인 셈이다.

복지 혜택의 격차도 크다. 퇴직급여 수혜율은 대기업 중심 시장 99.6%, 취약 노동시장 72.8%다. 시간외수당은 취약 노동시장에서 49.6%만이 받는다(현대경제연구원, 2026).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야근 수당이 없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

격차 자체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동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취약한 일자리에서 시작해 좋은 일자리로 넘어가는 경로가 좁다.

여기에 역량 개발 기회의 불평등이 더해진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중심 노동시장 근로자의 99.0%가 직업능력 향상 교육·훈련을 받는 반면, 취약 노동시장 종사자는 37.5%만이 그 기회를 얻는다. 좋은 일자리에 있는 사람은 더 좋아질 기회를 얻고, 취약한 일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노동조합 가입률도 대기업 중심 시장은 36.7%인 반면 취약 노동시장은 8.8%다. 취약 노동시장 사업장의 79.2%에는 노동조합 자체가 없다.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할 집단적 목소리를 낼 구조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합리적 선택으로서의 ‘쉬었음’

이 구조 안에서 청년들의 선택을 다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취약한 일자리에 일단 발을 들이면 경력 낙인이 생기고 좋은 일자리로 넘어가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버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취업 재수를 하듯 좋은 일자리 진입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청년들이 ‘쉬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 앞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이를 두고 “1·2차 노동시장 간 격차가 고착화될 경우, 구직자는 하위 시장 진입을 기피하고 ‘쉬면서’ 상위 시장 진입을 도모하는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 선택이 개인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어도 사회 전체로는 막대한 손실이라는 것이다. 핵심 생산연령층이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개인의 경력 공백은 깊어지고,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낮아진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보고서는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취약한 일자리의 근로 여건 자체를 끌어올려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원·하청 불공정 거래가 시정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처우는 개선되기 어렵다. 이익을 실질적으로 나누는 상생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두 노동시장 사이의 이동 장벽을 낮춰야 한다.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하위 시장 경험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직무역량 인증 체계, 직업 이동 시 경제적 리스크를 줄여주는 고용보험 확대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일자리의 절대적인 수를 늘려야 한다. 인공지능, 로봇, 신재생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과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중구조의 압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고용률 62.9%라는 숫자는 일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할 뿐, 그 일이 어떤 일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취업자 2897만 명 중 84%가 취약한 노동시장에 속해 있고, 그 구조는 20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255만 명이 ‘그냥 쉰다’고 말하는 것은 그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숫자 뒤의 현실을 보지 않으면,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