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시장 진입, AI 확산, 고령층 고용 확대 등의 영향으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연합뉴스)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확대와 제조업 일자리 축소, AI 확산이 맞물리며 청년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5~3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p 낮아졌다.
같은 기간 여성 청년층은 52.4%에서 77.5%로 25.1%p 상승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이 61.2%에서 64.5%로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청년 남성층의 하락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우리나라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폭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큰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했던 국내 청년 남성 참가율은 최근 들어 평균을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왔고 하락 속도도 더 가팔랐다.
이런 변화는 우선 청년층 내부의 경쟁 구도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4년제 이상 학력자를 중심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빠르게 늘면서 전문직과 사무직에서 남녀 간 경쟁 강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4년제 이상 학력 청년층 경제활동인구에서 남성 대비 여성 비율은 2000년 51.5%에서 2025년 95.5%로 상승했다.
고학력 여성의 노동 공급 확대 자체는 노동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지만 청년층의 신규 진입 통로가 충분히 넓어지지 않으면 경쟁 심화가 특정 집단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구조 재편도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됐다.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중·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그동안 해당 업종에 상대적으로 많이 종사했던 저학력 남성의 취업 여건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확대는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초대졸 이하 남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점도 이 같은 흐름과 연결된다.
고령층 고용 확대 역시 청년층 진입 여건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2004년부터 2025년까지 고령층 고용률은 12.3%p 상승했는데 증가분이 관리자·전문직·사무직 등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이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에서 세대 간 경쟁이 강해졌음을 시사한다.
인공지능(AI) 확산도 최근 변수로 부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줄어든 청년층 일자리 대부분이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입문형 업무가 자동화의 영향을 먼저 받으면서 청년층, 특히 신규 진입자의 고용 기회가 줄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비경제활동 상태의 내용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남성 청년층 가운데서는 ‘쉬었음’ 비중이 높았고 취업 준비가 뒤를 이었다.
학업이나 육아보다 노동시장 진입 지연 또는 포기 성격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중장년기 노동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확대를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규범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노동 공급이 다양해지는 과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자원 배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 남성 참가율이 OECD 평균을 밑도는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한 점은 노동시장이 성별·세대 간 제로섬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대응 방향으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더 원활하게 만드는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정규직과 대기업 중심의 경직된 고용 구조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안정적 이동 경로를 넓히는 동시에 산업 구조 변화와 AI 확산에 맞춘 기술 교육과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고용시장 변화가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청년층이 보다 수월하게 첫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구조 변화의 충격이 특정 집단의 이탈로 굳어지지 않도록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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