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서 어도비를 활용해 일러스트 디자인을 수정하는 활용 예시.
전 세계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SW) 1위 기업인 어도비가 한때 경쟁자였던 인공지능(AI) 챗봇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AI가 단순 응답을 넘어 SW의 영역이던 작업 수행까지 맡는 에이전트 단계로 진입하면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의 종말)’ 우려가 퍼지자 적과의 동침을 택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수익 모델 전환과 비상장 전환 등 SW 기업들이 저마다 활로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어도비는 챗GPT에서 자사 제품 기능 70여 개를 쓸 수 있는 ‘어도비 플러그인 인 챗GPT’를 6일(현지 시간) 전 세계에 출시했다. 이용자가 챗GPT 입력창에 ‘@Adobe’를 입력한 뒤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면 플러그인이 알맞은 도구를 골라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앞서 어도비는 지난해 12월 포토샵과 익스프레스(미디어 콘텐츠 제작), 애크로뱃(PDF 편집) 3종을 챗GPT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선보인 바 있다. 이번 플러그인은 이 3개 앱을 하나로 묶는 동시에 파이어플라이(이미지 생성)와 프리미어(영상 편집), 라이트룸(사진 보정),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등의 핵심 기능까지 담았다. 다만 고급 기능은 어도비 SW에서 이어 작업하도록 해 챗봇에 개방한 ‘보급 기능’과 선을 그었다.
어도비의 챗GPT 연동 확대는 콘텐츠 창작·제작자들이 생성형 AI를 필수 도구로 삼는 흐름에 올라타기 위한 조치다. 어도비가 6월 자체 조사한 결과 콘텐츠 창작자로 진입을 준비 중인 미국 성인 1200만 명 가운데 56%는 전문 디자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고, 77%는 AI 이용이 필수라고 답했다. 제미나이와 챗GPT 등이 자체 이미지·동영상 생성 모델을 앞세워 비전문가를 끌어들이는 상황에서 어도비는 이들과 손잡아 진입 문턱을 낮추는 길을 택한 셈이다. 회사는 올해 챗GPT뿐 아니라 클로드와 코파일럿에도 자사 서비스를 적용했고, 이달 중 제미나이와 슬랙으로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AI와 함께 설 자리를 찾으려는 시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SW 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는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를 내놓고 과금 방식을 직원 계정 수 기반에서 에이전트가 수행한 업무량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전통적 수익 모델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시장의 지적에 대한 대응이다.
국내 대표 문서 편집 SW 기업인
한컴(030520)
은 한컴오피스에 AI 기반 초안 작성과 요약, 데이터 분석 기능을 넣는 데서 나아가 5월 ‘에이전틱 운영체제(OS)’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EQT를 새 주인으로 맞은 전사적자원관리(ERP) 강자 더존비즈온은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AI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며 지난달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다만 체질 전환이 시장의 신뢰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과 성과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스포칼립스 공포에 가장 크게 노출된 어도비와 세일즈포스 주가는 올 들어 각각 20%, 24% 떨어졌다. SW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에이전트가 아무리 유능해지더라도 SW 업체들이 쌓은 기업별 데이터와 산업 특화 시스템은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AI 관련 신사업 실적이 의미 있게 나타나는 등 ‘옥석 가리기’가 진행돼야 시장의 우려도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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