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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사람이 몰렸다”…한강 책방, 문 닫자 더 커진 ‘노벨 효과’
2026-07-08 16:04:19
[스포츠서울 | 김석재기자]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 종로구 서촌 골목의 작은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지난 7일 현재 공간에서 마지막 영업을 마쳤다. 건물 매매에 따른 이전으로 운영을 잠정 중단하는 것이지만, 독립서점 한 곳의 소식은 하루 만에 주요 언론을 장식했고 SNS에는 아쉬움이 이어졌다.
왜 사람들은 한 서점의 문이 닫힌 것을 하나의 뉴스로 받아들였을까.
답은 단순하다. 그곳은 더 이상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한국 문학이 세계와 연결된 첫 번째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문을 연 책방오늘은 처음부터 한강의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다. 대형 베스트셀러보다 오래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했고, 낭독회와 독서모임, 작은 공연을 이어가며 동네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만 해도 독립서점은 조용한 취향의 공간이었다.
모든 것이 바뀐 것은 2024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였다.
노벨상 발표 직후 해외 언론들은 한국 문학을 조명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한강이 만든 작은 서점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경복궁보다 먼저 책방오늘을 찾았고, “한강이 큐레이션했던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골목 끝 작은 서점 앞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SNS에는 “한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장소”, “노벨문학상이 탄생한 감성을 느끼고 싶었다”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책방은 어느새 여행 목적지가 됐다.
관광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기존 서촌 관광이 한옥과 카페, 맛집 중심이었다면 노벨상 이후에는 책방오늘과 윤동주문학관, 이상의집 등을 함께 둘러보는 ‘문학 산책’ 코스가 등장했다.
한 명의 작가가 도시의 관광 동선을 바꿔놓은 셈이다.
이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영국 사람들이 셰익스피어의 생가를 찾고, 프랑스 독자들이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를 찾듯 한국에도 처음으로 세계 독자들이 찾아오는 ‘문학 성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관심은 역설도 만들었다.
하루 수백 명이 찾는 공간이 되면서 독립서점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는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책보다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이 늘었고, 운영진은 여러 차례 운영 방식을 바꿔야 했다.
결국 “한강 작가는 현재 운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작가를 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거듭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잠정 운영 종료 역시 단순히 서점의 폐업으로 보기 어렵다.
문화계에서는 독립서점이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그 결과 높아진 부동산 가치가 다시 독립문화 공간을 밀어내는 ‘문화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적인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책방오늘 역시 건물 매매에 따라 현재 공간을 떠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문학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질수록 그 문화를 담아낸 작은 공간은 더 큰 현실의 압박을 받게 된 셈이다.
그래서 마지막 영업일 풍경은 더욱 특별했다.
방문객들은 책을 사기 위해 줄을 선 것이 아니었다.
빈 책장을 바라보고, 손글씨가 적힌 메모를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돌아와 달라”는 짧은 인사를 방명록에 남겼다.
어떤 이는 “한강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러 왔다”고 적었다.
그 풍경은 독립서점의 마지막 날이라기보다 하나의 전시를 보는 듯했다.
사실 책방오늘이 남긴 가장 큰 변화는 매출도, 방문객 수도 아니다.
한국 문학은 오랫동안 작품만 수출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이후에는 작품을 넘어 작가가 머물던 공간과 도시, 골목까지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됐다.
문학을 읽는 시대에서 문학을 경험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그 변화의 출발점이 바로 서촌 골목 끝 작은 책방이었다.
운영진은 “언젠가 다시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은 이번 소식을 ‘폐업’이 아니라 ‘쉼표’라고 말한다.
책방오늘이 문을 닫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공간이 만들어낸 한국 문학의 새로운 풍경은 이제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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