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DX 넘어 AX로…제조혁신의 무게중심이 현장 지능화로 이동
철강·금속 제조는 데이터 연결과 도메인 지식 융합이 성패 가른다
Physical AI 부상 속 중후장대 공정의 한계와 기회가 동시에 확대
스마트팩토리의 본질은 자동화가 아니라 신뢰 가능한 데이터 축적
단기 유행 아닌 10년 전략…금속 제조 DX는 인내의 산업 혁신
페로타임즈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이슈를 짚는 특별기고를 연속 게재하고 있다. 이번 기고문은 최근 산업 전반의 화두로 부상한 DX와 AI, 그리고 AX의 진화가 철강·금속 제조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세아창원특수강 채민석 기술연구소장의 글을 통해 살펴본다.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일부 선도 기업의 실험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하지만 철강·금속 산업은 고열, 분진, 진동, 대형 설비 등 특수한 현장 조건으로 인해 다른 산업과는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금속 제조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데이터 연결 방식, 데이터 리터러시(데이터를 읽고 활용하는 역량), 스마트팩토리의 본질을 현장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채 소장은 기술 도입 자체보다 도메인 지식과 ICT의 융합, 그리고 장기적 투자와 조직 문화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AX가 제조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과 사례를 전문가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채민석 세아창원특수강 전무는
채민석 세아창원특수강 전무는 현재 기술연구소장이다. 세아그룹과 철강업계의 디지털 전환 전략 수립과 실행을 이끌어 온 현장형 전문가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MBA를 마쳤쳤다. .
PwC컨설팅코리아와 EY컨설팅코리아에서 컨설턴트·파트너로 활동한 뒤 2018년부터 세아홀딩스와 세아창원특수강에서 DT센터장과 기술연구소장을 맡아 왔다.
주요 프로젝트에는 세아그룹 DT 비전 및 마스터플랜 수립, 세아창원특수강 스마트팩토리 구현, 포스코 스마트팩토리 전략, SK하이닉스 디지털 전환 전략 등이 포함돼 있다. 대한금속·재료학회 행사에서 ‘SeAH DT Journey to Smart Factory’를 발표하는 등 업계에서 제조 DX 사례를 꾸준히 공유해 왔다.
최근에는 기술연구소장 겸 항공우주사업단장으로 항공우주 핵심 원소재 국산화와 산업 AI 적용 확산에도 관여하고 있다.
AX 시대, 금속 제조의 기회와 한계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예측·판단·추천을 수행하는 기술 그 자체를 뜻하고, AX(AI Transformation·AI 전환)는 이러한 AI를 기업의 제품·공정·의사결정 전반에 내재화해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단계를 의미한다. 최근 부상하는 Physical AI(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작동하는 AI)는 이러한 AX가 제조 현장으로 본격 확장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Physical AI의 부상과 제조업의 실질적 전개 방향은 최근 CES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가 시사하듯, 전 세계 산업계의 관심이 실재하는 물리적 환경에 지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이른바 ‘치맥 회동’ 역시 AI, 반도체, 모빌리티라는 이종 산업의 결합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흐름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반도체나 전자기기 조립처럼 자동화가 상당 수준 진전된 산업과 달리, 철강 및 금속 제조 현장은 Physical AI 도입에서 고유의 본질적 한계를 지닌다. 중후장대한 장치산업 특유의 고정된 생산 경로와 고열·분진·소음·진동이 심한 공정 환경은 데이터 확보의 불연속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강 DX의 성패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 연결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는 본질적 아키텍처(구조)의 재정의에 달려 있다. 이는 2~3년 내 단기성과가 아닌, 최소 10년 이상의 지속적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고도의 전략적 여정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AI와 반도체가 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시야를 넓혀 보면 금속 제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24만장에 달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의 대규모 도입과 AI 데이터센터 증설은 고속 전력 케이블, 반도체 FAB(반도체 생산공장)용 EP관, STS(스테인리스강) VIM-VAR 봉강 등 고급 금속소재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SMR(소형 모듈 원자로) 소재와 발전용 내열 터빈 소재는 향후 핵심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주항공·방산 산업 역시 또 다른 기회다. 누리호와 KF-21이 국산 기술의 결정체임에도 엔진 소재의 상당 부분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은 소재 기업에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
이러한 기회가 실제 수익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금속 제조업도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하며, 동시에 엄격한 품질 규격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DX의 본질은 데이터 연결과 현장 적용
Physical AI는 DX나 AX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연장선에 있다. 필자가 여러 차례 강연과 기고에서 설명해 왔듯, DX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오랜 기간 기업들이 수행해 온 혁신활동과 개선활동을 기반으로, 이전에는 보지 못했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데이터를 연결하고 분석해 학습시킴으로써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법론이다.
즉 DX는 데이터를 연결하고(connected), 분석하며(data-driven), 학습시켜서(intelligent)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5년 이상을 이 정의로 많은 일들을 진행하여 왔지만, 이를 뛰어 넘는 정의를 본적이 없고 그만큼 현장에 적용되는 개념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여기서 3가지 핵심은 ‘연결’, ‘분석’, ‘학습’이며, 이 모든 과정은 Domain Knowledge(현장 도메인 지식)와 ICT Technology(정보통신기술)의 융합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은 지난 10여 년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한 사례로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를 떠올릴 수 있다. 고객이 음료를 마시고자 하는 마음을 데이터로 연결해 분석하고 학습시키자, 고객은 계산하거나 음료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불편을 줄일 수 있었고, 스타벅스는 적시에 적절한 마케팅을 수행하고 글로벌 음료 트렌드를 예측해 원료의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등 구매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 ‘사이렌 오더’의 사례는 금속 제조기업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고객이 원하는 품질의 소재를 원하는 시기에 납품하기 위해 임직원의 판단, 생산 공정, 설비 상태를 데이터로 연결하고 분석·학습시켜 신뢰성 있는 품질의 소재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금속소재 제조기업의 DX이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공장이 바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이다.
이를 현장에 적용하려면 먼저 데이터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모든 데이터를 한 번에 연결하라는 뜻이 아니다. 기업 여건에 맞는 논리적·물리적 통로를 단계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사업자들이 논리적으로 독립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큰 투자 없이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으며, 작은 시도를 통한 성공 경험을 차츰 확대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점은 ‘Connected’ 영역인 이 Sensing(센싱·감지) 부분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데이터 수집에 있다는 사실이다. 목적은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이지, Level2인 PC(Process Control·공정제어시스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IT 벤더들은 이를 제안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날로그 패널의 숫자 변화를 CCTV나 OCR(문자판독기술)로 읽고 5G 동글로 연결하게 되면, 수억 원 규모 투자를 수백만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
통과 통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 즉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다. 이 역량이야말로 금속제조기업이 DX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비즈니스 문제를 데이터의 문제로 치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여러 분석 방법이나 AI 알고리즘을 만들어 적용하여 나온 결과를 비즈니스 의사결정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여기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알고리즘 모델링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비즈니스 문제를 데이터 문제로 바꾸고, 분석의 결과를 다른 부서 담당자들과 공유하고 논의하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현장과 조직의 몫이다.
2015년 가트너의 발표에서 DX 관련한 인프라 수준이 낮다고 하더라도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이 높으면 잠재적 가치 창출 능력이 더 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을 보더라도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육성하는 것이 조직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데이터를 연결하여서 읽고 쓸 줄 아는 역량으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DX 성공의 기본 조건이다. 일하는 방식을 데이터 기반으로 현장에서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니 하루 이틀에 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글의 처음 부분에서 데이터의 연결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10년이 걸리는 일이라고 한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고 이러한 이유로 정부 예산을 집행하거나, IT 회사들이 기업들에게 계속 DT, DX, AX, Physical AI 등 다양한 용어를 내세워 제안하더라도, 결국 본질은 데이터를 연결하고 그것을 현장 문제 해결과 가치 창출로 이어지게 만드는 데 있다.
금속 제조 DX는 장기전이다
금속 제조 현장은 1,700도의 고열과 분진, 소음과 진동이 뒤섞인,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집합 장소다. 위에서 설명한 DX의 개념과 데이터를 읽고 쓸 줄 아는 역량을 확보하여 현장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 온 결과, 세아창원특수강은 많은 DX와 AI 과제를 수행하고 완성했다. 예를 들어 시속 50km로 압연 롤을 통과하는 소재의 절단 길이를 머신비전(Machine vision)과 레이더 기술로 정밀 측정해 실수율을 높인 사례가 있다. 또 항공소재의 추적성(Traceability) 확보를 위해 대형 배치 가열로 내 소재 위치 변경이나 이재 혼입을 공정데이터와 머신비전을 활용하여 ‘가상 창고’를 만들어 정확한 소재를 인식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전기로 조업에서는 온도 측정과 샘플 채취 과정에 로봇을 도입해 작업자별 편차를 줄였고, 에어슈트로 분석실로 보내진 샘플의 결과를 현장에 회신하는 리드타임(처리 소요시간)을 로봇과 머시닝 설비의 지능화 적용으로 7~8분에서 3분 이내로 단축해 조업 대기로 인한 성분 편차를 크게 줄이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품질 신뢰성과 공정 안정성을 높이는 실질적 DX의 예라 할 수 있다.
다만 금속 제조기업의 공정은 서로 촘촘히 연결된 프로세스 산업의 특성을 가지므로, 몇몇 과제를 성공했다고 해서 즉시 전체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가 연결되고 축적되며, 개별 과제의 성과가 누적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금속 제조기업의 DX 진행에 인내가 필요한 이유다.
국내외 선도적 수준의 DX 활동을 전개해온 지난 8년의 여정은 결국 ‘보이지 않던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철강 제조기업은 이제 단순한 소재 공급자(Supplier)에서 벗어나, 제품 설계 초기부터 수요기업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 개발하는 ‘데이터 연결 기반 파트너’로 진화해야 한다.
철강 Physical AI의 본질은 단순 자동화에 있지 않다. 전 공정 데이터의 완결성(Data Integrity·데이터 무결성)과 도메인 지식을 결합해 가치사슬(Value Chain) 전체를 유기적 지능체로 바꾸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물리적 제조 환경의 한계를 넘어 초격차 경쟁력을 보유한 지능형 제조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채민석 세아창원특수강 전무/정리=정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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