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갑니다.” “군 면제라는 그런 동기부여가 있었다.” 주장 이기혁과 양민혁의 인터뷰는 귀를 의심케 한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남자 축구 4연패라는 대업을 이룬 직후였다. 그 순간 금메달은 ‘병역 탈출 티켓’으로 추락했다. 박승수는 소셜미디어에 전역모 인증숏을 올렸고, 최우진은 운동화 세리머니를 했다. 국민의 자부심에 생채기가 났다. 그라운드에 흘린 땀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린 것은 선수들 자신이었다.
태극마크는 명예이자 무거운 왕관이다. 해마다 20만 명의 청년이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시절을 떼어내 연병장으로 향한다. 군대는 피해야 할 재앙도, 탈출할 곳도 아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병역 혜택을 자랑하듯 내뱉은 경솔한 태도에 현역 장병과 청년들은 박탈감을 느꼈을 테다.
‘병역특례’는 1996년에 이미 폐지된 용어인데도 여전히 쓰인다. ‘면제’라는 말이 입에 붙은 탓에 오해가 굳었을 것이다. 금메달이 곧 병역 면제는 아니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거친 뒤, 34개월 동안 특기를 살린 복무와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국위선양한 인재가 기량이 끊기지 않도록 사회가 건넨 배려다. 무임승차라기보다는 또 다른 방식의 사회적 책임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4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소양 교육을 통해 인터뷰 스킬부터 교육을 많이 했지만, 모든 선수의 발언을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태의 본질을 비껴간 진단이다. 선수들은 인터뷰 스킬이 부족해서 실언한 것이 아니다. 국가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매끈한 언변보다 겸손과 진정성이다. 태극마크의 무게를 강조해 온 ‘캡틴’ 손흥민이 오래도록 국민적 사랑을 받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병역 혜택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잃은 특혜는 명분이 희석된다. 자칫 일부 선수의 가벼운 언행이 후배들의 길마저 막아서게 될까 걱정이다.
양궁 리커브 남자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제덕은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각 잡힌 거수경례를 올려붙였다. 국가와 국민이 내어준 기회와 배려에 대한 정중한 경의였다. 병역 혜택은 금메달의 전리품이 아니라 사회가 건넨 무거운 백지수표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제 입에서 나온 말의 무게도 예외는 아니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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