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참성단] 총살 생중계

나폴레옹에 항거하다 붙잡힌 오스트리아 티롤의 애국자 안드레아스 호퍼는 1810년 이탈리아의 만토바에서 총살형에 처해졌다. 총살대원들의 사격 직후 호퍼는 “엉터리 같은 새끼들!”이라고 욕을 했다. 형 집행 당국은 사대에 서는 대원들을 ‘원 샷 원 킬’의 스나이퍼들로 구성하지 않는다.

[참성단] 총살 생중계

나폴레옹에 항거하다 붙잡힌 오스트리아 티롤의 애국자 안드레아스 호퍼는 1810년 이탈리아의 만토바에서 총살형에 처해졌다. 총살대원들의 사격 직후 호퍼는 “엉터리 같은 새끼들!”이라고 욕을 했다. 형 집행 당국은 사대에 서는 대원들을 ‘원 샷 원 킬’의 스나이퍼들로 구성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형수는 첫 번째 일제 사격 이후에도 급소를 맞지 않아 즉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도 살아남은 호퍼는 총살대원들을 향해 똑바로 쏘라고 일침을 가한 거였다.

총으로 쏘아 처형하는 총살은 군사 재판의 소산이다. 군대에 총이 보급되기 전 총살과 유사한 군대의 형벌은 창으로 찌르기였다. 죄를 범한 자가 두 줄로 선 군대 사이를 지나가게 하고 줄을 선 군인들이 찌르는 방식이었다. 총으로 쏘건, 창으로 찌르건 사형수의 죽음에 여럿이 관여하게 함으로써 공동의 책임을 부여한다. 개인이 져야 할 무게를 나누는 방식이다. 이는 누가 치명상을 입혔는지 알 수 없게 해 일종의 죄의식에서 벗어나게도 한다.

1979년 5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기 의자 사형이 있었다. 사형수는 전기 의자에 앉아 형 집행이 이루어진 뒤 몇 분 동안이나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고압의 전기를 흘려보낸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바로 죽는 것은 아니다. 체질에 따라 다르다. 이때의 플로리다 처형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당시 그 장면을 다룬 워싱턴 포스트는 “최초의 일격으로 살이 눌고 피부가 거무스름해졌다. 이런 광경은 다른 범죄자를 위협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더 높은 가치를 허물어뜨리는 것”이라고 썼다.

미국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미군기지 총기 난사범을 총살형에 처하는 장면을 생중계하기로 예고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사형제를 찬성하는 쪽에서 볼 때 사형은 정의를 실현하는 사회적 도구이자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한 복수 대행이다. 그러나 사형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겠다는 미국의 태도를 비난하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총살 생중계가 자칫 사형 판결의 원인이 된 범행을 희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 독재자가 스스로의 권력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사형제도를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특별히 이번 총살 생중계 논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살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정진오 국장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