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의 나비효과로 민주당의 지각에 거대한 균열이 발생했다. 이른바 명·청대전이다. 경찰의 범죄 축소 은폐 의혹에 ‘민심’의 역풍을 우려한 친명 진영 의원들이 보완수사권의 제한 존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 전 대표를 비롯한 강경파들은 ‘당심’을 앞세워 ‘닥치고 폐지’를 합창한다. 진보 빅마우스 유시민씨가 ‘재건축론’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직격하면서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이 명·청 진영의 당권 투쟁으로 비화됐다.
이제 막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현직 대통령을 향한 당권 투쟁은 이례적이다. 8월 17일 당 대표 선출로 결정 날 승패다. 시간은 없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승부인데 당심과 민심이 엇갈리니 전선이 얽히고설킨다. 친명 주자들은 당심을 의식해 보완수사권 폐지에 동의하면서도 정 전 대표와 장외의 유시민 진영을 반명으로 공격한다. 정 전 대표는 친명을 주장하면서 보완수사권 유지 민심을 강조하는 친명을 반개혁 세력으로 단정한다.
전선이 복잡하니 지지층 결속을 위한 선명한 적대, 낙인찍기가 재현됐다. 친청 유튜브와 유튜버들이 최근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허용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홍기원 의원 등 11명을 ‘검개 11적’, 강성당원의 공적으로 낙인찍었다. 친명 유튜버의 반격도 치열하다. 유시민, 김어준을 공개적으로 격하한다. 전례 없는 현상이다. 김용민, 박은정 의원과 최강욱씨 등 보완수사권 폐지론자들의 대안들을 조롱하며 범죄 가해자 편으로 저격한다. 사실상 대국민 낙인이다.
낙인찍기 정치는 정체성으로 상대를 한방에 소거하는 효용을 발휘하지만, 주체와 대상의 무한 역전으로 자멸과 공멸을 재촉하니 치명적이다. 2021년 4·7 재보선 참패 요인을 ‘조국 사태’로 지목한 민주당 초선 5인을 향해 친문 진영은 ‘초선 5적’으로 낙인찍었다. 하지만 그해 대선 후보 경선에선 이재명 후보 캠프가 친문 이낙연 후보 캠프를 ‘수박’으로 불렀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곤 비명횡사 낙인 공천으로 친명 단일대오를 형성해 정권을 창출한 민주당이 보완수사권 존폐를 두고 명·청대전에 돌입했다. 진보 진영 전체의 주류, 세대, 시대 교체 여부가 걸린 결정적 장면이다 싶다. 상대를 불가촉 집단으로 낙인찍는 정파적 분쟁으로 분열하면 비극이되, 진보진영의 진로를 재설정하는 결과에 이르면 다행이다. 당심과 민심의 무게와 기울기로 드러날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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