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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차창희의 따박따박] 또 혁신금융이 사라진다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초기 스타트업과 다양한 콘텐츠 산업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며 '금융 민주주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산업 태동 초기 정부는 정부청사에서 광고도...

[차창희의 따박따박] 또 혁신금융이 사라진다

차창희 금융부 기자

10여 년 전 시장에 등장한 '크라우드 펀딩'이란 용어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초기 스타트업과 다양한 콘텐츠 산업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며 '금융 민주주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산업 태동 초기 정부는 정부청사에서 광고도 대대적으로 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 크라우딩 펀딩은 사실상 '사장(死藏)'됐다. 업계 1위였던 기업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줄폐업 행진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곳도 새로운 펀딩을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표적인 혁신금융 사례로 언급되던 하나의 산업이 불과 10년 만에 사라진 셈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핀테크 업계에서 거론되는 주요 이유 중엔 업계의 부실한 사후관리도 있지만 '과도한 규제'도 항상 같이 거론된다. 엄격한 발행·투자 한도와 더불어 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 전 이익을 실현할 유통 시장이 없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핀테크 업계는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달 초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온라인 투자연계 금융(온투·P2P 금융) 업권의 주택담보대출 투자 상품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온투업 주담대는 플랫폼이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모집한 자금을 차주에게 대출해주고, 발생하는 이자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다. 주로 시중은행 1순위 대출 이후의 추가 자금 수요를 흡수한다. 은행권보다 완화된 LTV 기준을 적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해왔는데, 규제로 인해 차주들을 유인할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온투업 전체 매출 중 3분의 1가량(6899억원)을 이 주담대 상품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아예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주담대인 기업도 있다. 신규 영업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자 규제 발표 직후 온투업 대표들은 밤새워 긴급비상경영회의를 열고 구조조정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신규 영업은 어려워도 은행처럼 보유 대출잔액에서 이자수익을 얻지 않느냐"고 얘기하지만 오해다. 온투업은 차주와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받는 수수료가 수익의 전부다. 신규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보유 잔액이 얼마든지 수익이 반 토막 나거나 적자 전환할 우려가 있다. 온투업에서 개인투자자는 최대 4000만원, 부동산 연계 상품은 2000만원 한도로만 투자할 수 있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시장에도 투자액 제한이 없는데 말이다.

온투업이 제도화된 지는 약 7년째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초기 1조원대 규모로 출범한 온투업권의 현재 자산도 여전히 1조원대라는 점이다. 그동안 은행·증권·보험이 급성장할 때 이 산업은 항상 제자리걸음이었다. 물론 소비자 보호와 가계부채 관리라는 정부의 대의도 이해가 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특정 산업의 희생이 불가피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애써 일궈온 산업 자체가 사라지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가 보장돼야 창업이 줄을 잇고 투자금도 모이는 법이다.

한국의 하드웨어 산업은 세계 일류지만 소프트웨어와 금융에서는 언제나 뒤처졌다. 용기 내 거대 조직을 뛰쳐나온 창업가들의 피와 땀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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