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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차세대 치매 신약 온다… 조기 치료와 관리 전략 전환점"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환자 기반이 충분하고 정보기술(IT) 경쟁력도 높은 만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공학 분야 연구자들과 협력해 디지털 치료기기나 진단 도구를 개발하면...

"차세대 치매 신약 온다… 조기 치료와 관리 전략 전환점"

"치매도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장기 지속관리가 가능한 영역으로 전환되는 과정입니다. 우리나라 치매 관리시스템은 외국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죠. 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콘텐츠만 잘 채워진다면 치매가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겁니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치매는 재앙에 가깝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환자는 자존감이, 가족은 억장이 무너진다. 보건복지부 치매 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는 개인의 질병을 넘어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공중보건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치료가 어렵고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인식 때문에 개인과 가족의 부담으로 방치되기도 했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 과장 최호진 교수는 히트뉴스와 만나 "신약 개발로 치매 관리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며 "국가치매책임제를 중심으로 치매안심센터와 조기검진 체계 등 비교적 촘촘한 관리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을 기점으로 돌봄부터 예방·치료·관리까지 확장된 치매 대응체계를 채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치매 치료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로, 정부와 소통하며 국내 치매 관리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그에게 국내 치매 치료의 현주소와 전망을 들었다.

'레켐비'·'키순라', 치매 치료 판도 바꾼다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가는 길 열릴 것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최호진 교수는 “차세대 신약이 도입되면서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큰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며 국가 치매 관리정책의 실행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허현아 기자

치매의 원인 물질을 표적으로 한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초기 치료제인 '레켐비'와 '키순라'가 대표적이다. 두 약물은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 상용화됐으며, 국내에 레켐비가 먼저 도입됐다. 키순라는 내년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호진 교수는 "이들 신약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처방되며 질병 조절 치료(Disease-modifying therapy)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완전한 원인 제거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신약에 이어 2세대, 3세대 치료제가 개발되면 효과는 더 개선되고 가격 부담도 낮아질 것"이라며 "치매가 관리 가능한 질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에이즈 치료제도 그랬다. 혁신적이지만 다소 부족했던 1세대 약물을 기반으로 효과와 부작용이 개선된 2세대, 3세대 신약이 등장하면서 완치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처럼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원인 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이 등장하면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치매 신약이 등장하면서 기존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치매 관리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 '운영 디테일'에 성패 달렸다

우리나라 치매 관리시스템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앞서 있다는 것이 최호진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2007~2008년 치매 관리 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했는데, 선진국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시스템 측면에서는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며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이 시행착오를 겪은 것과 달리 우리는 초기 단계에서 정책 방향을 비교적 명확히 잡으면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학회 정책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한 그는 "일부 국가는 복지 중심 접근을 먼저 택했다가 이후 질환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우리나라는 질환 관리 체계를 먼저 구축한 뒤 복지 지원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 도입에 따라 2000억 원 규모의 재원이 투입되며 극적 도약의 계기가 됐다고 최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정책 출발 단계에서 방향이 비교적 명확히 설정된 데다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가 더해지면서 우리나라 치매 관리 인프라가 발전하는 토대가 됐다"며 "이제는 그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고 고도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주도의 치매 관리 정책이 구축되면서 공공 인프라는 크게 강화됐지만, 치매 치료와 관련된 산업과 시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경쟁력과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임상시험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연구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한국 의료진은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과 엄격한 윤리 기준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호하는 시험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이후 신약이 실제 시장에 도입되는 단계에서는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는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반면 약가 규제는 상대적으로 엄격하다"며 "글로벌 참조약가 체계를 고려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공급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 때문에 임상시험 단계에서는 한국 의료 환경이 높은 평가를 받더라도 실제 상용화 이후에는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매 분야에서는 이런 한계를 충분히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치매 신약 치료에는 뇌 영상 검사와 다양한 생체지표 검사가 필수적인데, 이와 관련된 환자 접근성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시장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스라엘 사례를 언급하며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당시 이스라엘은 백신 개발 제약사와 협력해 국가 단위 환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신 백신을 신속히 확보하며 대응 속도를 높였다"며 "우리나라도 국내 신약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글로벌 제약사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연구와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나라 환자들이 혁신 치료제를 보다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치매 치료 분야에서 연구와 산업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 관리 안되면 사회적 비용 급증

과감한 투자-합리적 지출 다 잡아야

최근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이 발표되면서 치매 관리 성패를 가를 '운영 디테일'과 실행력도 새로운 과제로 부각됐다. 치매안심센터 등 인프라는 일정 수준으로 갖춰졌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확장하기 위한 재정 투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산하 국립과학공학통계센터(NCSES)에 따르면 미국 연방 연구개발(R&D) 투자에서 보건복지부(HHS) 산하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한 보건·생명과학 연구가 국방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 R&D 통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 연구개발 투자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 비중은 약 4% 수준으로 파악된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보건 분야 재정 투자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고령층을 위한 복지 시스템 구축 문제는 결국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재원의 문제"라며 "전향적인 재정 투자와 함께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 관리의 막대한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정책 논의를 넘어 개인과 가족에게 집중된 치료와 돌봄 부담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돌리고, 질환 초기 단계에서 비용 압력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가 실시한 2023년 치매 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치매 환자 한 명을 지역사회가 관리하는 비용은 1700만 원 수준이지만 시설·병원으로 이관될 경우 31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질환이 진행될수록 관리 비용이 4000만 원 이상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초기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관리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치매안심센터 운영 등에 약 1,500억 원이 투입되고 있는데 이를 단순한 운영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치매 환자 관리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투자로 볼 필요가 있다"며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디지털 치료나 인지기능 관리 프로그램 등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면 새로운 헬스케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 인식 개선과 사회적 소통 참여

의료 빅데이터·디지털 헬스케어 연구도 주력

지난해 대한신경과학회와 세계신경과연맹(World Federation of Neurology)이 공동 주최한 세계신경과학회 학술대회(WCN 2025)가 한국에서 열렸다. 행사 기간 중 'Patient Day'를 주도한 최호진 교수가 치매 환자 관리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 제공=대한신경과학회

최호진 교수는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사회적 소통 활동에 나서고 있다. 고령사회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의와 방송 출연 요청도 늘고 있다.

젊은 시절 쉼 없이 연구와 논문 작업에 몰두하면서 번아웃을 겪기도 했다는 그는 요즘 주말이나 휴일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고 했다. 독서를 좋아하지만, 특정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기 위해 인공지능(AI) 등 관심 분야와 다양한 비전공 분야 책을 읽으며 시야를 넓힌다.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연구와 활용에도 역점을 둘 계획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환자 기반이 충분하고 정보기술(IT) 경쟁력도 높은 만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공학 분야 연구자들과 협력해 디지털 치료기기나 진단 도구를 개발하면 치매 치료 영역에서도 새로운 헬스케어 산업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많은 기술이 연구 단계에 있지만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확증 임상을 통과한 디지털 치료기기도 등장하고 있다"며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면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 새로운 산업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8년 전 한미약품과 연구 협력을 계기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의료 빅데이터의 가능성에 주목해 관련 연구를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한미약품의 투자와 기여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 분야가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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