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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달 25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종가 6,000선을 돌파했다. 박지연 인턴기자
자사주란 회사가 시장에서 사들여 갖고 있는 자기 주식을 뜻한다. 사실 회사가 쓸 돈이 필요해 발행한 게 주식인데 이를 다시 회사 돈을 써 매수하는 건 모순일 수도 있다. 더구나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고파는 건 주가에 영향을 준다. 내부 정보를 악용, 호재 발표 전 주식을 싸게 사들인 뒤 공시가 나가면 비싸게 매도해 차익을 챙길 수도 있다. 이러한 인위적 주가 조작 등을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은 오랫동안 법적으로 금지돼 왔다.
□ 전환점을 마련한 건 1982년 미국 레이건 정부 당시 증권거래위원회(SEC)다. 조건을 달아 자사주 취득을 허용했다. 배당금 지급처럼 자사주 매입도 주주에게 기업 성장의 과실을 돌려주는 데 유용한 수단이란 점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을 때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주식 수 감소로 남은 주식의 가치는 올라간다.
□ 우리도 옛 상법에선 자사주 소유를 금지하다 2011년 법을 개정,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주총 결의를 통해 취득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러나 적잖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금고에 쌓아 뒀다. 경영권 분쟁 시 우호 세력에게 넘겨 방어 수단으로 쓰고, 회사 분할 시 신설 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자사주의 마법’도 부렸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앞으로 신규 매입 자사주는 1년 내,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 내 소각이 의무화됐다. 이날 코스피는 사상 처음 6,000선을 돌파했다.
□ 3차 상법 개정안이 처리된 당일 가장 먼저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을 밝힌 곳은 KT&G다. 발행 주식 총수의 9.5%로, 2조 원 가까운 규모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이 KT&G 지분을 확보하고 나선 배경도 이러한 주주 환원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6조 원 규모, SK도 5조 원 상당의 자사주를 처분키로 했다. 자사주 소각이 한국 증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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