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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AI 시대 인문학
김동우 KAIST AI철학연구센터장이 AI 시대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AI와 더불어 사느냐, 위협으로 여기다 죽느냐. 그것이 문제.’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문장을 현재에 빗대면 이렇게 재해석될 수 있겠다 싶었다. 김동우 KAIST AI철학연구센터장을 만나면서다. 김 센터장은 “인간의 존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다시금 가늠해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인간도 생존 방안에 골몰하기보다는 AI를 어떻게 활용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 사유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지난 12일 KAIST 학술문화관.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자료가 빼곡히 뒤섞인 그곳에 걸맞게 김 센터장은 AI와 인문학의 궁합을 헤아리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를 흔들어 놓는 충격이 오면 그에 맞는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 그러면 AI 시대 인문학의 정의도 바뀌나.
A :
“인문학이 인간과 사회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이라면 바뀌지 않을 거다. 인문학은 상시 위기였다. 마찬가지로 AI 시대가 왔다고 달라질 건 없다. 인문학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상수이기 때문이다.”
Q :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은 뭔가.
A :
“인문학을 굳이 나누자면 두 가지다. 하나는 학문으로서의 인문학, 다른 하나는 정신과 문화로서의 인문학이다. 이미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신 중심의 사회가, 다윈의 진화론으로 ‘인간은 특별한 동물’이란 사고가 깨졌다. 이젠 시대를 훌쩍 뛰어 AI가 들이닥쳤다. AI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생각할 때, 혹은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할 때 내가 할 일은 뭐고 내 지위는 뭔가를 질문할 수밖에 없다. 철학적 사유, 그러니까 정신과 문화로서의 인문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교수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와 뉴욕시립대에서 철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3년부터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지난 1월 AI철학연구센터장에 취임했다.
Q :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은.
A :
“피지컬 AI 아틀라스가 세상에 나오기만 하면 될까. AI 시대에 우리가 어떤 값어치를 기대하고 무슨 의미를 위해 기술을 만드는지 명료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다. 제가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는 곳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이유다. 사람과 AI의 관계부터 정의해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게 인문학이 할 일이다.”
Q : 인문학자 역할이 이에 그치지 않을 텐데.
A :
“철학자들만의 논의는 자칫 공허해질 수 있다. 현장에서 AI 시스템에 관여하는 연구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미국 MIT, 일본 교토대 등 해외 대학과 공동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Q : 인문학자들의 현실은 어떤가.
A :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 인문학자가 한 명도 없더라. 놀라웠다. 인문학자들이 소극적인 건 아닌지, 사회가 인문학자를 보는 시선이 약한 건 아닌지 여러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국가 차원의 AI윤리위원회도 아직 없다. 인문학이 약하면 과학기술 비전도 약해지고 다른 나라의 비전과 기술을 따라가기에 급급해진다.”
Q : 다른 나라의 비전이라면.
A :
“산업혁명 이후 몽테스키외의 민주주의와 로크의 사회계약처럼 기술이 열어놓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철학이 펼쳐져 왔다. 자유·평등·삼권분립·주권 등 그들이 만든 이념이 우리의 사상적 기반이 됐다. AI가 산업혁명에 맞먹는 변화라면, 인문학이 AI 시대에 던지는 질문은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해질 거다. 뉴턴은 ‘거인의 어깨에서 세상을 바라봤다’고 했다. 그 ‘거인’은 데카르트와 코페르니쿠스 등 인문학과 과학의 선각자들이었다. 우린 지금 그 ‘거인’과 맞먹는 돌담을 쌓아야 할 때다.”
AI 시대,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 김 센터장이 답했다. “인문학에 대한 존중 없이 미래가 밝을 수 있을까. 우리가 앞서느냐, 뒤처지느냐.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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