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전산운용비 1조원 육박…플랫폼 패권 경쟁 본격화
CEO도 AI 전략 진두지휘…시스템 안정성은 여전히 과제
한국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하면 신규 추가된 AI 기능을 홍보하는 내용이 뜬다.<한국투자증권 MTS 캡처화면>
증권사들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전면 재편하고 있다. 주식을 사고파는 창구에서 벗어나 AI가 시황을 분석하고 종목을 추천하며, 자산까지 통합 관리하는 ‘투자 비서’ 플랫폼으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논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35개 증권사의 지난해 전산운용비는 약 9765억원으로 전년도 8957억원 대비 9%가량 증가했다. 전산운용비는 전산 시스템 유지·보수와 인프라 확충,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다.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거래 중 65% 이상이 MTS를 통해 이뤄지는 시장 구조가 이 같은 투자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시황·종목 분석·자산관리까지…AI가 다 한다
경쟁의 핵심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선 사용자 경험(UX) 개선이다. 한국투자증권은 AI 시황 콘텐츠를 도입해 주요 이슈와 시장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MTS 개편을 통해 글로벌 리서치 제공 범위를 확대했다. 중개형 ISA와 적립식 투자 서비스 등 기능도 사용자 편의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자산관리 측면에서는 현대차증권이 눈에 띈다. 현대차증권은 자사 MTS ‘내일’을 전면 개편해 장전·장중·장후 시간대별 AI 시황을 제공하고, 주식·퇴직연금·금융상품 등 분산된 자산을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원스톱 통합 조회 기능을 구현했다.
토스증권은 한발 더 나아갔다. 국내외 뉴스 발행량과 실시간 관심도를 분석해 시장 영향력이 높은 핵심 이슈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자체 개발한 온톨로지(개념 간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의한 지식 구조) 기술을 활용해 특정 이슈가 산업과 개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분석해 보여준다. 향후에는 소셜 데이터까지 분석 범위를 확대해 투자자의 판단을 도울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출시한 투자 정보 서비스 ‘쏙쏙클럽’ 관련 이미지.<유진투자증권>
CEO가 직접 뛴다…톱다운 AI 전략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AI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신호철 대표의 연임을 확정하며 ‘AI 네이티브 전환’과 ‘사용자 경험 혁신’을 2기 경영의 축으로 내걸었다. AI 기반 투자 정보·커뮤니티·고급 주문 및 자산관리 기능(프로모드) 강화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정보 허브 구축도 예고했다.
당시 신 대표는 “외형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실제 더 나은 투자 경험을 얻고 자산을 불려 가는 것”이라며 “고객이 보다 쉽고 꾸준하게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고경모 대표가 직접 총괄하는 디지털사업실을 신설하고 AI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자체 조건검색 데이터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대화형 종목 탐색 서비스 ‘유진AI’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투자 정보 서비스 ‘쏙쏙클럽’을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섹터 흐름과 종목별 이슈, 공시 정보 등을 통합해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리포트 내용을 요약·해석해 투자자가 핵심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전자공시시스템(DART) 연동과 검색 기능을 통해 투자 편의성을 높이는 등 개인투자자 중심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AI 전환(AX)은 시대적 화두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고객 서비스 제고뿐 아니라 업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AI를 활용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는 빨라졌는데…시스템 안정성은 ‘숙제’
다만 AI 서비스가 빠르게 쌓이는 동안 시스템 안정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잦은 전산 장애와 미흡한 사후 대응이 반복되면서 이용자 신뢰를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AI를 통한 서비스 차별화가 불가피한 흐름인 만큼, 기술 고도화와 함께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 역량 확보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전산시스템 용량을 일정 수준 이상 여유 있게 확보해왔지만, 투자자 유입 확대와 정책 변화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여유분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버 장애 발생 시 복구까지 수시간이 소요돼 즉각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후 투자자 안내와 보상 절차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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