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중동전쟁 장기화 쇼크…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사우디아라비아 자동차 시장 2위(현대차), 중동 스마트폰 시장 1위(삼성전자)가 위협받을 수 있고, 사우디 '네옴시티', UAE 'AI 스타게이트' 등 한국 기업이 참여한 100조 원 규모의 대형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중동전쟁 장기화 쇼크…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한국 에너지·제조업 ‘이중 위기’ 직면

유가 44% 폭등·호르무즈 봉쇄 직격탄

여수산단. 전남도 제공.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확산, 한국 경제에 ‘복합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수출 감소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발표한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은 에너지 공급망 충격, 수출 감소,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한국 제조업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 7일 만에 44% 폭등

이번 전쟁으로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전쟁 발발 직전 배럴당 72달러에서 불과 7일 만에 103달러까지 치솟았다. 상승률 44%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29.2%,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당시 10.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이 과거 지정학적 위기에서는 일정 기간 후 가격이 회복됐지만, 이번에는 아직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지수(GPR)도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번 위기의 진원지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은 전쟁 초기 해협 봉쇄를 선언했으며, 세계 해상 원유 무역량의 약 26%가 이곳을 통과한다. 해협을 지나는 원유의 89%는 중국·인도·한국·일본 등 아시아로 향한다.

문제는 한국의 노출도가 특히 높다는 점이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7%이며, 이 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만 우회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하루 최대 470만 배럴 수준으로 전체 수요를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보고서는 “해협 봉쇄 시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평가했다.

석유화학·화학업계 직격탄

유가 급등의 충격은 업종별로 크게 다르다. 산업연구원이 2023년 산업연관표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석유제품 업종의 생산비용은 6.3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제품(1.59%), 고무 및 플라스틱제품(0.46%)이 뒤를 이었다. 이번에 유가가 이미 44% 이상 오른 점을 감안하면 석유화학 업계가 짊어져야 할 비용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다.

반면 반도체(0.05%), 철강(0.08%), 자동차(0.14%) 등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 전체 평균은 0.71%다.

수출 측면의 직접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한국의 대중동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2.9% 수준(2025년 204억 달러)으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더 큰 문제는 구조적 변화에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대중동 교역은 과거 원유 중심에서 최근 자동차, 기계·플랜트, 방산, 소비재까지 빠르게 다변화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동차 시장 2위(현대차), 중동 스마트폰 시장 1위(삼성전자)가 위협받을 수 있고, 사우디 ‘네옴시티’, UAE ‘AI 스타게이트’ 등 한국 기업이 참여한 100조 원 규모의 대형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뷰티·K푸드 등 소비재 수출도 중동 내수시장 침체의 여파를 받을 수 있다.

가장 큰 뇌관은 스태그플레이션

산업연구원이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경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유가 상승이 생산비와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것이 내수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마저 감소해 경제성장이 멈추는 구조다. 코로나19 이후 겨우 안정을 찾아가던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경우, 금리 인상도 인하도 쉽지 않은 정책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보고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과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소득 감소 및 내수 침체가 국내 경기 둔화의 추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다. 정부 비축유와 민간 재고를 단계적으로 방출하고, 중동 외 지역의 대체 원유·LNG·나프타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공기업-민간 공동조달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한 선제적 안정판 가동, 업종별 맞춤형 피해 지원 체계 구축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고유가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세계경제 충격도 예상보다 작았던 점은 참고할 만하다”면서도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