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량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고유가, 고환율, 보험료 인상, 해상 운임 상승 등 공급 차질과 비용 압박이 동시에 덮쳐오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물류 등 관련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가 나오면서 여파는 산업계 전반에 번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불가항력 선언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 공급도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항력 선언은 천재지변, 전쟁 등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으로 제품 공급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치다. 여천NCC는 최근 처음으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어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이 주요 고객사에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알렸다.
해운업계의 물류 대란 역시 현실화되고 있다. HMM은 최근 화주들에게 아라비아만, 홍해, 아프리카 동부 해역을 포함한 중동 항로 화물 신규 예약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이후 선박이 접근하면 폭발하는 기뢰를 설치하면서 선박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인천-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결항 기간을 당초 계획보다 연장해 오는 28일까지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3월 8일에서 15일로 연장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연장했다. 대한항공의 인천-두바이 노선은 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거점 노선이자 2025년 53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한 알짜 노선이었다.
이외에도 중동발 고유가, 에너지·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여파는 반도체, 자동차, 건설, 철강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용과 공급망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기회도 있다. UAE에 수출된 한국의 방공무기 ‘천궁-Ⅱ’(M-SAM Ⅱ)는 실전에 투입돼 성능을 입증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천궁-Ⅱ 1개 포대는 발사대 4기와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으로 구성된다. 교전통제소와 요격 미사일은 LIG넥스원이, 발사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기능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생산해 특정 기업이 아닌 다수 방산업체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조선업계는 중동 리스크 확산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 증가, 해군력 확충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중장기적 수혜 전망이 나온다. 해외 수주 차질, 운송·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진 건설업계 역시 종전 이후 인프라 재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살려야 한다.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이미 위기를 겪고 있었다. 중동 사태를 계기로 사업 재편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발 빠른 대처는 필수다. 단기적으로 전략 수정, 수입선 다변화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에너지 구조 전환, 종전 시 수출 확대 극대화 등을 대비해야 한다.
위기 대응력이 곧 경쟁력이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리스크 관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위기에서 생존해야 종전 후 더 큰 반등을 노릴 수 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산업 구조 재편, 성장 발판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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