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10달러 재돌파… 에너지 불안에 환율 상승 압력 확대
외국인·기관 동반 매도…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주 약세
파월 매파 발언에 달러 강세… 위험회피 심리 시장 전반 확산
이란 전쟁 격화에 유가 급등,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내 금융시장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 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는 5700선으로 밀려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9원 오른 1501.0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1511.5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개장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21.9원 오른 1505.0원으로 출발한 뒤 한때 1490원대로 내려왔지만, 장 후반 다시 상승 폭을 키우며 1500원선을 웃돌았다.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 정세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간밤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를 공격하고, 이란이 카타르 가스 시설을 겨냥해 보복에 나서면서 충돌 수위가 높아졌다.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두바이유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 통화정책 변수도 더해졌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매파적 발언은 달러 강세를 부추겼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선을 웃돌았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주식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1.81포인트(2.73%) 내린 5763.22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약세로 출발한 지수는 반등 없이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이 2조411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8742억원, 6663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 압력을 키웠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내렸다. 현대차와 SK하이닉스는 4% 이상 하락했고,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기아 등 주요 대형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 거래일보다 20.90포인트(1.79%) 내린 1143.48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단기 변동성에 그치지 않을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시차를 두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함께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율 전문가들 역시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율이 1500원대 중반까지 높아질 수 있고,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명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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