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에 뭐 좀 있네! 손끝에서 시작되는 감성변화 ‘한글교정’
사진출처=자체제작
[한국강사신문 주영훈 칼럼니스트]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찰나의 시절을 지탱하고 내년을 기약하게 만드는 힘은 땅속 깊이 박힌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나온다. 우리의 글씨도 이와 같다. 유행하는 필체나 감각적인 스타일은 잠시 눈길을 끌 수 있으나, 한글이라는 거대한 구조를 지탱하는 것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기본 원리와 형태다.
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모음의 축에 따라 유연하게 형태를 바꾸는 ‘트랜스포머 자음’을 배웠다. 오늘 소개할 ‘불변의 4총사(ㅁ, ㅂ, ㅇ, ㅎ)’는 한글의 뼈대를 담당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이 네 자음은 어떤 축에서도 자신만의 완전체를 고수하는 글씨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필자의 ‘글터 시스템’이 강조하는 이 자음들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 세종대왕이 심어놓은 과학적·철학적 유전자를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
1. 훈민정음의 원리로 본 ‘불변의 4총사’
- 제자 원리[소리가 보이는 상형(象形)과 가획(加劃)] :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뜬 ‘상형’과 소리의 세기를 더한 ‘가획’의 원리가 결합된 체계적인 문자이다. ㅁ은 입 모양을, ㅇ은 목구멍의 둥근 모양을 본뜬 기본자이다. ㅂ은 기본자 ㅁ에 획을 더해 만들어졌고, ㅎ은 ㅇ 계열에 획을 더해 소리의 강도를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 음운 체계[오음(五音)의 정체성] : 소리의 위치에 따라 분류되는 오음 중 핵심 갈래를 대표한다. ㅁ과 ㅂ은 입술소리(순음)를, ㅇ과 ㅎ은 목구멍소리(후음)를 상징한다.
- 구조적 역할[완벽한 음절의 완성] : 초성·중성·종성의 3분법 체계에서 핵심 구성 단위로 기능한다. 특히 ‘종성부용초성(終聲復用初聲)’ 원칙에 따라 초성인 ㅁ, ㅂ, ㅇ, ㅎ을 받침으로 다시 사용함으로써 한글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 철학적 배경 : 우주의 질서를 담은 음양오행(陰陽五行): 성리학의 역학(易學)에 근거한 자연의 조화가 담겨 있다. ㅁ·ㅂ은 오행 중 ‘흙(土)’에 해당하며 중앙과 늦여름을 상징하여 만물을 포용하고 안정시킨다. ㅇ·ㅎ은 한글자음군에서 유일하게 회전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그래서 ㅇ·ㅎ은 ‘물(水)’에 대응하여 북쪽과 겨울을 의미하며, 생명의 근원이자 유연한 성질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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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전 필기 미학: ‘한 끗’의 차이
이 네 자음은 세로축 모음(Type 1)과 가로축 모음(Type 2)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자음군이다. 실전 지침은 다음과 같다.
- ㅁ[‘황금 역-사다리꼴’이 만드는 건축학적 안정감] : ㅁ은 단순한 상자가 아니다. 양쪽 세로획이 안으로 모이는 ‘역-사다리꼴’ 형태가 정답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신전의 엔타시스 원리처럼 강력한 안정감을 부여하며, 땅으로 단단히 뿌리내린 듯한 건축학적 신뢰감을 형성한다. 어떤 경우에도 단순한 직사각형 형태로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 ㅂ[‘Upward 리듬’의 품격] : 네 획의 높이를 기계적으로 맞추면 글씨가 주저앉아 보인다. 두 번째 세로획을 첫 번째보다 약간 더 높게 올려야 한다. 이는 ‘세로축 평행 모음에서 두 번째 획을 길게 쓴다’는 필자의 원칙과 일맥상통하며, 비로소 자음의 품격을 완성한다.
- ㅇ[‘12시 방향’에서 시작되는 무결점 대칭] : 완벽한 균형의 상징인 ㅇ은 반드시 12시 방향에서 시작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써야 한다. 그래야 받침에서도 정확한 균형이 만들어진다. 시계 방향은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리기 쉽지만, 반시계 방향은 시작과 끝이 정점에서 만나 완벽한 좌우 대칭을 형성하여 문장 전체를 정돈하는 기준점이 된다.
- ㅎ[하향·수평·원형이 만드는 ‘기품 있는 왕관’] : 세 가지 성질의 선이 결합된 완전체 자음이다. 5도 하향의 첫 획이 동적인 움직임을 주고, 안정적인 두 번째 획(수평)이 지평선이 되며, 마지막 ㅇ(원형)이 중심을 잡는다. 이 조화가 맞물릴 때 ㅎ은 비로소 글씨 위의 기품 있는 왕관이 된다.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유연하게 형태를 바꾸는 자음들이 글씨에 생동감을 준다면, 오늘 배운 ‘불변의 4총사’는 그 생명을 지탱하는 단단한 뼈대이자 뿌리다. ㅁ은 입 모양을 본떠 만든 입술소리의 기본자로서 글씨의 하단 구조를 견고하게 설계한다. ㅂ은 이 ㅁ에 획을 더한 가획의 원리를 통해 탄생하며, 글씨에 품격 있는 리듬과 상승하는 에너지를 부여한다.목구멍의 형상을 본뜬 ㅇ은 모든 소리의 시작이자 마침표로서 글씨 전체의 무게중심을 정중앙에 고정한다. 마지막으로 ㅎ은 획을 더해 소리의 강도를 시각화한 결정체로서, 글씨의 완성도를 매듭짓는 왕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성리학의 역철학에 따라 각각 '흙(土)'과 '물(水)'의 기운을 담아 우주의 질서를 글자 안에 구현한 세종대왕의 깊은 뜻과 맞닿아 있다.
. 단순한 획의 나열이 아닌, 유연함과 단단함이 조화를 이루는 찰나를 깨닫는 순간, 당신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글씨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당신의 품격과 삶의 태도를 대변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거듭날 것이다.
드디어 다음 칼럼에서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배웠던 모음과 자음을 어떻게 조화롭게 조합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 한글을 만드는지, 그 진정한 ‘조형 예술’의 세계를 배워보도록 한다. 30년 필체 연구의 정수가 담긴 이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보길 권한다. 당신이 맞이할 품격 있는 글씨의 변화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초성, 중성, 종성이 만나 하나의 음절로 탄생하는 3분법적 합자의 미학적 원리와 그 속에 숨겨진 조형의 비밀을 기대하시라.
칼럼니스트 프로필
주영훈 칼럼니스트는 한글 컨텐츠 글터(교육청 2046호) 대표원장이다. 악필 글씨 교정 경력 12년(800명 이상의 수강생 지도 노하우 보유), 천안 서예가협회 정회원이다. 손글씨 학습방법 및 그 시스템 (특허 번호 제10-2678380호)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로 ‘한글닥터AI’ 프로그램 개발, 저서로는 『100% 글씨교정』이 있다. 한글 정자체 ‘정본체(기본,필기,흘림/3종)’, ‘이쁨체(각짐,둥근/2종)’ 디자인 및 개발했다. ‘클래스유’, ‘탈잉’에서 한글교정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30년 연구와 특허 기반 ‘쓰기 공학’을 통해 디지털 시대 잊힌 손글씨의 인문학적·과학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필적 심리학과 훈민정음 원리를 활용해 자기 인식, 정서적 안정, 소통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주영훈의 품격있는 글씨교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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