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우
나보다 한 살 위인 큰 이모 딸 정란이 언니와
나란히 손잡고 인제 방동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한 달 후, 집에 놀러 오고 싶다며 내 손을 잡았다
오솔길에서 진달래꽃도 따서 먹고 머리에 꽂았다
집으로 가는 지름길인 외나무다리를 건너던 중
언니가 어지럽다며 "물 한 모금 마시고 가자" 한다
물을 먹고 다시 언니가 앞장서고 나는 뒤에서 손을
꼭 잡고 건너는데 해빙으로 불어난 물이 찰랑인다
순간 언니가 휘청하더니 물속으로 쓰러졌다
나는 놀라 언니 손을 잡고 당기다가 함께 빠졌다
언니는 나를 물 위로 밀어 올리려 애썼지만
머리에 꽂았던 진달래꽃만 "사라졌다∼나타났다"
나는 빨간 책가방만 "보였다∼안 보였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다행히 다리 뒤에 있는 공병부대 군인들의 도움으로
나는 살아났지만 언니는 끝내 하늘나라로 떠났다
마을 사람들이 다리 뒤편 동산에 곱게 묻어준 언니
이듬해 봄부터 그곳은 온통 진달래꽃으로 뒤덮였다
◇전시우= 본명 전상무. 2023년 문학나무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와수리』 , 『대청봉』이 있으며 유튜브 〈시낭송 전시우 TV〉와 네이버 블로그 〈명시감상 전시우시인 방〉을 운영하고 있다.
<해설> 사실이어도, 사실이 아니어도 이 시는 진달래꽃의 또 다른 전설을, 시인이 겪은 상처 혹은 트라우마 속에서 건져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외치며 피는 꽃은 빨간 책가방을 메고 다리 뒤편 동산에 곱게 묻어준 언니의 무덤 주변에서 해를 거듭하면서 울울창창 피고 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던 고장 인제는 예나 지금이나 군부대가 많은, 곳이고 이른 봄 해빙으로 불어난 물이 찰랑이는 현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직도 방동 초등학교가 재학생이 있어, 폐교가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도시에서 성장한 많은 독자에게 산골의 정서를 신선하게 들려주는 이 시는 꼭꼭 숨겨둔 시인 경험 보따리를 넘실거리는 물결처럼 풀면서 자신의 상처도 싸매어 주면서 각박한 현실로 굳어있던 사람들의 심상에 해빙의 계곡물을 흘려 넣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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