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가 종전 기대와 확전 우려가 뒤엉킨 가운데 혼조로 장을 마쳤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감으로 상승 출발했던 증시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부각되며 상승분을 반납하거나 하락 전환했다.
기술주 급락과 국제유가 급등이 시장을 압박했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도 증시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3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9.50포인트(0.11%) 오른 45216.14에 마감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5.13포인트(0.39%) 내린 6343.72, 나스닥 종합지수는 153.72포인트(0.73%) 하락한 20794.64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출발했지만,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낙폭이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시장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장중 30을 상회했다.
◆ 기술주 급락에 반도체 직격탄
기술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반도체 업종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수 전반을 끌어내렸다. 분기 말 리밸런싱에 따른 기관 매도세까지 겹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마이크론은 이날 9.9% 하락했고 최근 8거래일간 30% 이상 급락했다. 샌디스크와 웨스턴디지털도 각각 7% 이상 떨어졌다. 인텔은 4.5%, AMD는 3%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4.23% 밀렸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도 월간 10%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대형 기술주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1.4% 하락하며 주가가 165달러 선까지 내려왔고, 애플과 알파벳도 각각 0.87%, 0.31% 하락했다. 브로드컴은 2.42%, 테슬라는 1.81% 떨어졌다.
반면 일부 종목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0.5% 상승했고, 아마존은 0.81% 오르며 200달러 선을 회복했다. 금융주는 퇴직연금의 대체투자 허용 기대감에 1.1% 상승했다.
◆ 유가 급등·금리 하락…엇갈린 신호
국제유가는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급등세를 이어갔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3.25% 상승해 배럴당 102.88달러로 마감하며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2.72달러를 기록했고, 3월 한 달간 55% 상승하며 사상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승인하기로 하면서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에 도달할 경우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채권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8.8bp 하락한 4.35% 수준에서 거래됐고, 2년물 금리도 8bp 내린 3.84%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은 "중동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여유가 있다"고 밝혔고, "현재 통화정책은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가 상승과 관련해 "일시적인 요인"이라고 언급하며 즉각적인 정책 대응 가능성을 낮췄다. 이에 따라 시장의 올해 금리 인상 우려가 가라앉았고, 반대로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도 나오는 분위기다.
◆ 전쟁 변수에 시장 방향성 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에서의 군사 작전 종식을 위해 새롭고 보다 합리적인 정권과 진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즉각 재개통되지 않는다면 이란의 모든 발전 시설과 유전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경고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유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증시가 지속적으로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월가에서는 엇갈린 시각이 공존한다. 에버코어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여전히 국채 금리와 전쟁 변수가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오랜만에 찾아온 최고의 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정학적 우려가 과장되고 있다"며 "약세론자들을 무시하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