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고전의 지혜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 많다. 그 가운데 ‘미우주무(未雨綢繆)’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비가 오기 전에 창문을 수리하고 지붕을 손질한다’는 뜻으로, 일이 닥친 뒤에 후회하기보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중국 고전에서 유래한 이 말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제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것보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살피고 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자세다. 불교에서도 모든 현상은 인연에 따라 생겨난다고 가르친다. 작은 원인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도 마찬가지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이 이어지고 경제와 안보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준비된 사람에게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작은 변화도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육 현장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하거나 교사의 교육적 지도를 아동학대 등으로 확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학생의 인권은 소중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과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교권과 학생인권이 함께 존중될 때 건강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스승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교육현장에서 과연 참다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격과 인격이 만나고, 경험과 지혜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의 동반자다.
불교에서는 ‘존중과 자비’를 중요한 덕묵으로 여긴다. 상대를 나와 같은 존엄한 존재로 바라보는 데서 자비가 시작된다. 학생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교사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어느 한쪽의 권리만 강조해서는 교육 공동체의 조화로운 질서를 세우기 어렵다. 특히 교사가 학생의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길로 이끌려는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위축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사가 학생을 두려워 하고 학생이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육현장은 누구에게도 바람직 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탓하는 일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되 권위주의로 돌아가서는 안되고.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되 방종으로 흘러서도 안 된다.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함께 존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은 인연으로 이루어진다고 가르치셨다. 오늘의 작은 방치가 내일의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오늘의 작은 배려가 미래의 큰 변화가 될 수도 있다. 교권 회복 역시 마찬가지다. 더 늦기 전에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떨어진 교권을 바로 세우는 일은 단순히 교사를 보호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우리들의 교육을 지키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그리고 교육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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