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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선·원전·우주…인도 '대항해 시대'에 승선하는 한국 기업들

HD현대는 인도 내 산학 협력을 기반으로 자동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조선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조선소... 양국이 우주 산업에서 손을 잡는다는 것은 미래 모빌리티, AI, 위성 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조선·원전·우주…인도 '대항해 시대'에 승선하는 한국 기업들

"바다를 지배한다"…인도의 해양 굴기와 K조선의 기회

"에너지 안보의 완성"…원전으로 확장되는 녹색 동맹

"하늘을 넘어 우주로"…차세대 신성장 동력의 결합

지난 1월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글로벌 에너지 리더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됐다. 정기선 HD현대 회장(뒷줄 맨 오른쪽)과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앞줄 맨 오른쪽)는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초청을 받아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인도 총리실 홈페이지]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하며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인도가 거대한 경제적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추진 중인 제조업 육성 정책과 국방 현대화, 그리고 우주 영토 확장은 인도라는 거대 시장을 역동적인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20일 뉴델리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은 이러한 인도의 변화에 한국이 단순한 교역 파트너를 넘어, 핵심 산업의 전략적 동반자로 올라섰음을 선포하는 분기점이 됐다.

2030년 교역액 500억달러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한국의 첨단 기술과 인도의 방대한 시장이 '조선', '원자력발전소(원전)', '우주'라는 미래 먹거리에서 만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는 지난 20일 진행된 정상회담을 통해 52개 항목에 걸친 '한국-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 전략 비전'을 선포했다.

양측은 24~27항에 걸쳐 '신흥 산업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분야의 주요 협력 방안을 다뤘고, 28항부터 32항에 걸쳐 에너지, 광물 교역 확대를 포함해 '기후 및 환경 분야' 협력에 대한 다양한 협력을 추진해 가기로 했다.

양국은 이밖에 16개항으로 구성된 '한국-인도 조선·해운·해양물류 분야 파트너십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합의하고 생산적이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 "바다를 지배한다"…인도의 해양 굴기와 K조선의 기회

인도는 7500㎞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보유한 해양 강국을 꿈꾸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물류 효율화와 안보 강화를 위해 항만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으며, 자국 내 상선 및 함정 건조 능력을 키우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조선·해양 분야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한 선박 수출을 넘어, 인도 현지의 조선소 고도화 지원, 선박 설계 기술 이전, 그리고 인도양 해상 안보를 위한 공동 기술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HD현대는 지난 20일 인도 'NSHIP TN' 및 '사가르말라 금융공사'와 '신규 조선소 설립 투자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 구축 및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를 계기로 HD현대는 'NSHIP TN' 및 사가르말라 금융공사(SMFCL)가 조성하는 '조선투자펀드'와 함께 신규 합작 조선사(JV)를 설립, 최대 주주로서 조선소 운영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인도 정부는 신규 합작 조선소 가동에 앞서 자국 내 선박 건조 수요의 초도 물량을 HD현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는 한편, 자국 인력을 그곳에 파견할 계획이다. HD현대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 노하우를 전수받은 이들은 향후 신규 합작 조선소 설립 및 운영에 참여, 합작 조선소의 연착륙을 돕게 된다.

HD현대는 인도 내 산학 협력을 기반으로 자동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조선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조선소 구축을 추진, 설계·생산·운영 전반에서 경쟁력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인도 조선 인력 양성센터를 설립해 인재 육성도 도울 예정이다.

한국의 세계적 조선 기술력이 인도의 해양 전략과 결합해 '아시아 해상 공급망'을 견고히 할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에너지 안보의 완성"…원전으로 확장되는 녹색 동맹

에너지 부족은 인도가 고속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인도는 '탈(脫)탄소'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자력의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신설된 '산업협력위원회'는 핵심 광물과 원전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다룰 예정이다.

한국은 원전의 설계, 시공, 운영 전 주기에 걸친 세계적인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의 원전 확대 계획에 한국이 파트너로 참여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인도 내 원전 인프라 구축의 주도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중동을 넘어선 거대한 에너지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게 된다.

◇ "하늘을 넘어 우주로"…차세대 신성장 동력의 결합

인도는 최근 달 남극 착륙 성공 등 세계가 주목하는 우주 강국으로 도약했다. 한국 역시 누리호 발사 성공 등을 통해 우주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 중이다.

양국은 이번 전략 비전을 통해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우주 기술은 안보와 통신, 정밀 관측 등 경제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

양국이 우주 산업에서 손을 잡는다는 것은 미래 모빌리티, AI, 위성 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로 풀이된다. '하드웨어 제조 강국' 한국과 'IT·소프트웨어 인적 자원 강국' 인도의 결합은 우주 경제 시대의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산업협력위원회, '현장 밀착형' 경제 영토 확장

이번 정상회담의 백미는 '산업협력위원회'의 신설이다.

그간 기업들이 현지 진출 과정에서 겪었던 인·허가 지연, 주정부 인센티브 문제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었던 행정적 걸림돌을 장관급 채널에서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기업들이 인도라는 거대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한국과 인도 정상이 합의한 2030년 교역액 500억달러는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선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과 인도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전략적 안전판'이 돼가고 있다.

인도의 '대항해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고, 그 배에 올라탄 한국 기업들은 ▲조선 ▲원전 ▲우주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서명된 MOU를 넘어,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성공 사례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경제의 또 다른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인도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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