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진 임원 승진…주요 의사결정 과정 참여·핵심 보직 진출
유연한 마인드·차별화된 사고방식 기반 새로운 경영리더십 요청
경영 승계 앞서 능력·역량 여부 탐색…세대교체 기반 마련
충남 당진 종근당건강 제조 시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최근 제약업계 오너 3·4세의 경영 참여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20~30대 젊은 나이임에도 사내이사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핵심 보직을 맡아 주요 사업을 이끄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모양새다. 추후 본격적인 경영 승계에 앞서 능력과 역할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지난 20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권기범 회장의 장남인 ‘3세’ 권병훈(31) 재무기획실장을 이사대우로 승진시켰다. 입사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미래에셋벤처투자,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치며 재무·투자·전략 경험을 쌓아온 권병훈 이사는 지난 2024년 4월 동국제약 재무기획실에 합류한 이후 권 회장을 보좌하며 경영관리 전반과 전략 수립 과정에 참여했다.
더욱이 권 이사는 자회사 리봄화장품 투자 과정은 물론 경영에도 일정 부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봄화장품은 동국제약이 2024년 307억원을 투입해 지분 53.66%를 인수한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이다.
이와 관련해 동국제약 관계자는 “경영 승계 여부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장남인 ‘3세’ 이주원(39) 이사가 상무로 승진했다. 이주원 상무는 2018년 종근당그룹 계열사인 종근당산업 사내이사로 입사한 후 2020년 종근당 개발기획팀장, 2024년 종근당바이오 기타비상무이사에 이어 지난해 1월 종근당 개발팀 이사로 승진했다.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 지분 2.89%를 보유 중인 이 상무는 현재 종근당 신약사업기획을 맡아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모달리티를 바탕으로 신약 연구·개발(R&D) 부문 확장에 나서는 등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경하 JW중외그룹 회장의 장남인 ‘4세’ 이기환(29) 이사의 행보에도 시선이 쏠린다. 2023년 11월 입사한 이 이사는 지주사인 JW홀딩스 경영기획부서에서 매니저로 업무를 이어온 후 지난 1월 비등기임원(디렉터)으로 승진해 핵심 사업회사인 JW중외제약으로 이동했다. 이와 함께 JW홀딩스 지분 2만7000주를 매수, 현재 지주사 지분율 4.38%를 보유 중이다.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의 장남인 ‘3세’ 윤인상(37) 휴온스글로벌 부사장의 경우, 이미 그룹 콘트롤 타워인 지주사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바, 경영 승계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7월 부사장으로 승진하기 전인 2월 윤성태 회장으로부터 휴온스글로벌 주식 6만주를 증여받아 지분율을 4.63%까지 늘린 상태다.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의 장남인 ‘3세’ 백인영(37) 상무는 지난해 11월 계열사인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미 또 다른 계열사인 대원헬스케어의 대표도 맡고 있는 바,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사업을 총괄하는 지위에 서게 된 셈이다. 백 상무가 최근까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양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경우, 사내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20~30대 오너 3·4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움직임은 제약업계가 맞고 있는 변화의 한 단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오너 2세의 경우만 하더라도 입사 후 장기간 경영 수업을 받으며 경영진에 오르기까지 한걸음씩 밟아나가는 모습이 비일비재했지만, 이제는 젊은 나이에도 임원으로 선임돼 주요 사업을 맡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아울러 글로벌 전략 구상,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신사업 개척을 위해서는 고정관념이나 보수적 성향에서 탈피해 유연한 마인드와 차별화된 사고방식에 바탕을 둔 새로운 경영리더십이 업계에 요청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최근 제약업계의 오너 3·4세 대두는 차세대 승계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의 의미와 더불어 추후 발생 가능한 여러 변수에 미리 대비헤 경영 안정을 모색하려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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