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동네 아파트의 불 꺼진 창들을 바라본다. 몇 년 전보다 창문 사이로 어둠이 더 깊어진 듯하다. 우리 이웃 가운데 얼마나 많은 가구가 홀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을까.
통계는 그 변화를 보여준다. 2024년 말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805만 가구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제주에서도 도외 유입 인구와 관광·서비스 산업 중심 구조의 영향으로 1인 가구는 거의 10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어느새 혼자 사는 삶은 한국 사회의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이는 고령화와 저출산, 만혼과 비혼의 확산, 그리고 고용 불안이 겹쳐 만들어 낸 시대의 모습이다.
혼자 사는 삶의 자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혼자'라는 상태가 어느 순간 '고립'과 '외로움'으로 스며든다는 점이다. 2024년 한 해 고독사 규모는 4000명에 이르렀고 그중 80% 이상이 50·60대 남성이라고 한다.
한때 가족과 이웃이 나누던 돌봄의 온기는 약해졌고 서로를 잇던 연결망도 느슨해졌다.
기술의 변화 또한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주요 대기업들은 제조 공정의 상당 부분에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은 기대되지만 노동 환경의 변화는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사람들이 일터에서 맺어 온 관계의 끈은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오늘날 일자리는 단순한 소득의 원천을 넘어 사람이 사회와 교류하는 연결 고리인 셈이다. 고용 기반이 약화되면 사회적 고립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효율성을 앞세운 변화로 공동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화와 균형이 필요한 때다.
'독목불성림'이라는 말처럼 홀로 선 나무는 관계의 숲을 이루지 못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관계의 구조에 있다. 우리 사회 스스로 연결의 통로를 좁힌다면 개인은 더 깊은 단절 속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동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제주에서는 커뮤니티 공간과 세대 통합형 주거 모델을 확대하고 디지털 격차와 정신건강 문제 등에 지원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관련해 제주시니어클럽 김효의 관장은 "우리 기관은 1인 노인가구를 찾아가 말벗과 정서지원, 도시락 배달, 병원 동행 서비스 등을 통해 삶의 온기를 나누는 일자리 사업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결국 단절된 사람들을 우리 사회와 다시 잇는 데 있다.
향후 AI 기술의 발전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재편은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사회관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광이불요', 빛나되 과시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진정한 발전은 균형을 갖출 때 더 오래 빛난다.
홀로 선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다시 '함께'라는 가치를 되새길 때다. 영국의 '고독부', 일본의 '고독담당상', 인천시에서 '외로움돌봄국'까지 설치될 정도로 고립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효율성의 시대에서도 '아울러 사는 세상'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역시 더 많은 애씀을 투자해야 한다.
늘어난 1인 가구 시대에 걸맞은 제주 공동체의 플랜을 세우는 일, 그것은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여러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답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밤새 가로등 불빛이 거리를 밝히듯 우리 사회도 서로의 삶을 비추며 다시 '함께'의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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