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제·군영체험·아카이브 기획전 ‘사물의 시간’ 통해 지역 역사문화 조명
▲ 10일 의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40회 의성문화제 사직제에서 초헌관 최유철 의성군수(오른쪽)가 대축을 맡은 장상은 전 새마을지도자회장이 받쳐 든 제물 위로 손을 뻗으며 전통 제례에 참여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의성의 역사와 전통문화, 주민들의 삶이 담긴 기록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려시대 의성을 지킨 홍술장군의 이야기는 전승행렬로 재현됐고, 주민들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편지와 생활유물은 전시장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의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40회 의성문화제는 전통 제례와 역사 체험, 생활문화 기록을 결합해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14일 의성군과 의성문화원 등에 따르면 올해 문화제는 ‘의로운 성 의성, 홍술, 전통과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의성문화원이 주최·주관하고 의성군이 후원했다.
특히 지난해 구봉공원 일원과 의성문화원에서 열렸던 행사를 올해는 의성종합운동장으로 옮겨 전통문화 공연과 체험, 기획전시 등을 진행했다.
문화제의 시작을 알린 주요 행사 중 하나는 토지신과 곡식신에게 풍년과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직제였다.
▲ 10일 의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40회 의성문화제 사직제에서 제관들과 지역 유림이 토지신과 곡식신에게 풍년과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며 절을 올리고 있다. 의성군 제공.
의성향교와 비안향교가 공동으로 준비한 사직제에서는 최유철 의성군수가 초헌관을 맡아 제례를 올렸다. 우칠윤 의성군의회 부의장과 박태주 의성문화원장은 각각 아헌관과 종헌관으로 참여했다.
검은 제례복을 입은 대축이 제물을 올린 나무 받침을 두 손으로 들자, 마주 선 최 군수가 오른손을 제물 위로 뻗으며 의식을 진행했다.
지역 유림과 주민들도 참석해 한 해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전통 의례의 의미를 되새겼다.
사직제가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을 보여줬다면, 홍술장군을 소재로 한 전승행렬과 군영체험은 의성의 역사적 인물을 문화 콘텐츠로 풀어낸 프로그램이었다.
행사장 역사 안내문에 따르면 김홍술은 929년 후백제 견훤의 군대에 맞서 의성을 지키다 전사한 인물로 전해진다.
전승행렬에서는 장군과 병사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깃발을 앞세워 행진했다. 군영체험장에는 성곽과 망루 모형 등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역사적 소재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임나라 의성문화원 계장은 “전승행렬과 군영체험은 실제 전투나 당시 군영을 고증해 복원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새롭게 구성한 창작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장에서는 전통 꽃줄놀이와 지역 문화예술단체 공연, 어린이 목공체험도 이어졌다.
이번 문화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공간은 의성문화원이 마련한 아카이브 기획전 ‘사물의 시간’이었다.
전승행렬이 역사 속 인물을 오늘의 문화 콘텐츠로 불러냈다면, 아카이브 전시는 평범한 주민들의 일상과 기억을 통해 지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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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나무 전시함에는 손글씨가 빼곡히 적힌 편지와 빛바랜 항공우편 봉투가 나란히 놓였다.
1986년 7월 9일 서독 괴팅겐에서 의성 사촌마을로 보내진 편지였다. 장모의 첫 기일을 맞아 사위가 장인에게 쓴 이 편지에는 가족의 안부뿐 아니라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당시 독일의 날씨까지 담겨 있었다.
수신자가 세상을 떠난 뒤 주민이 발견해 의성문화원에 전달한 것으로, 개인의 가족사가 시대적 사건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사촌마을에서 사용하던 디딜방아도 관람객들에게 지역의 옛 생활문화를 전했다.
김정중 의성문화원 이사가 기증한 디딜방아에는 ‘庚申年·庚申月·庚申時·姜太公造(경신년·경신월·경신시·강태공조)’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의성문화원은 이 글귀를 액운을 막고 평안을 기원하던 민간신앙의 흔적으로 해석했다.
단순한 농기구를 넘어 당시 주민들의 생활방식과 정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손동욱 의성문화원 아카이브팀장은 “사촌마을에서 실제 사용하던 디딜방아로, 이처럼 액운을 막고 평안을 기원하는 글귀가 남아 있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당시 주민들의 생활문화와 민간신앙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번 문화제는 제례와 역사 체험, 생활유물 전시를 통해 지역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여러 방식을 보여줬다.
특히 주민들이 보관해 온 편지와 생활도구를 공개한 아카이브 전시는 지역의 역사가 유명 인물이나 큰 사건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도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최유철 의성군수는 “사직제는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며 이어져 온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가 군민의 삶 속에서 이어지고 다음 세대에도 계승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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