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살상’의 부흥이 이재명 정권의 업적으로 기록될 판이다. K방산은 이미 국가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무기 수출은 민주주의 도살, 자연 파괴, 직접적 살인 행위다. 자본주의는 본디 ‘경제’ 그 이상이었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이 됨으로써 낸시 프레이저가 말한 ‘식인 자본주의’를 실현하게 되었다
며칠 전 국제정치를 전공하는 이에게 내가 군사주의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놀란 표정으로 “박정희 군사 독재가 끝난 지가 언젠데…”라고 말했다. 나도 놀랐다. 나 역시 “아니, ‘일상의 군사주의’라는 개념이 나온 지가 언젠데”라고 속으로 말했다.
1959년 알프레드 바그츠는 그의 저서 <군사주의의 역사(A history of militarism)>에서 군사주의와 군사주의적 방식(military way)을 구분했다. 군사주의적 방식은 전시보다 그렇지 않은 시기에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즉 군사주의적 방식은 실제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 업무 전반과 상관없이 힘(武力, forces)을 신봉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군사주의적 방식은 힘의 원리에 의한 문제 해결 방식으로, 일상의 군사주의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개념이다. 군사주의적 방식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문화이자 삶의 조건이다. 군부 독재 시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집어삼킬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대, 인류는 보살핌이나 책임의 원리보다 더욱더 힘과 영향력에 의한 일상을 감당하고 있다.
기존의 서구 페미니즘 이론은 안보 이데올로기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국외는 폭력이 만연한 약육강식의 무정부 상태이고, 국내는 그러한 국제질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안정과 질서의 공간이라는 안보 논리의 전제는 여성을 비롯한 대다수 비국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교제폭력이나 아내에 대한 폭력에서 보듯이 여성에게는 국내나 가정이 더 위험한 공간일 수 있다. 많은 경우 여성이나 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국가 내부에서 가장 큰 폭력적 상황에 노출된다. 국내 정치와 국제관계가 분할됐다는 이데올로기, 즉 국가라는 경계 자체가 국민국가 내부의 타자인 ‘비국민’에게는 의미 있는 정체(政體)가 아니라는 얘기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여성에게는 조국이 없다.” 노동자,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자에게는 외국군보다 이성애 제도가,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체제가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이들 국민국가 내부의 타자들은 공사 영역에 걸쳐 문화와 정상성이라는 이름의 일상적, 구조적 폭력에 시달린다. 이들에게 정치는 선거, 혁명, 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24시간 365일, 일상 자체가 정치적이며 갈등적인 시공간이다.
그러나 앞에 쓴 이야기들은 한국이 식민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세계 군사력 5위, 무기 수출 점유율 4위가 된 상황에서 서구 페미니즘 이론을 ‘적용’할 경우의 이야기이다. 사실 우리는 지난 세기 식민과 분단, 전쟁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힘들었다’. 서구 이론은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 남한 사회는 부국강병을 꿈꿀 수밖에 없었다.
지난 한국 근현대사의 경험은 우리의 윤리의식을 마비시킨 측면이 있다. 이른바 ‘피해자 의식(victimhood) 민족주의’다. 나는 한국에서 하기 힘든, 다시 말해 대중적인 소구력을 갖기 어려운 사회운동이 환경운동과 평화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운동들은 모두 서구 중심의 근대성을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서구의 근대화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당대 한국의 진보 세력은 ‘K민주화’를, 대기업들은 ‘K살상’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극히 미약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향후에도 지속될 한국 경제의 원동력이 된다는 무기 수출에 대한, 공론장이 절실하다.
경찰 무기
무기는 국가 간 전쟁 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전 지구적 내전 시대이다.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은 최루탄, 물대포 등 경찰이 사용하는 무기 수출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전쟁용 무기‘보다’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경찰 무기를 많은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산 경찰 무기의 남용으로 해당 국가에서 사람이 죽고 다치거나 민주주의 억압용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산 경찰 무기를 수입한 35개국 중 약 90%에 달하는 31개국은 억압적 정권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다. 그중 바레인,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페루 등 최소 10개국에서 지난 10년간 적어도 80명 이상이 한국산 경찰 무기 사용의 직접적 결과로 사망했다. 하지만 한국산 경찰 무기 수출에 대해 정부의 관리 감독이나 규제는 미흡하다.
한편 오는 12월8일부터 11일까지 ‘K-DEX 2026’이 경기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K-DEX’는 ‘대한민국 국제지상군방위산업전’(Korea International Army Defense Exhibition)의 줄임말로 이번 주제는 “피지컬 AI, 전장을 지배하다”이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대한민국 육군협회, 한국방위산업MICE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무기 전시회에 가자지구 학살에 가담한 기업들의 참가가 예상된다. 이 기업들은 ‘팔레스타인 실험실’에서 자행한 학살과 파괴로 그 성능을 검증받았다며 전쟁 무기를 팔아왔다. 몇몇 무기 회사는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그 무기가 팔레스타인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파괴와 살상을 수행했는지 내세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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