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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색 옷” vs “억지 해석”

# 직장인 A씨는 최근 옷장을 열 때마다 잠시 고민한다. 지난달 말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하는 색상의 옷을 입었다가 “혹시 그쪽 지지자냐”는 말을 몇 차례 들은 뒤부터다. 특별한 정치적 의도를 담은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선거철에는 색깔 하나도 해석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정치색 옷” vs “억지 해석”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색깔 논쟁

누리꾼들, 유명인 SNS 사진에 의미 부여

특정 정당 연상 지적…일각선 피로감 호소

# 직장인 A씨는 최근 옷장을 열 때마다 잠시 고민한다. 지난달 말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하는 색상의 옷을 입었다가 “혹시 그쪽 지지자냐”는 말을 몇 차례 들은 뒤부터다. 특별한 정치적 의도를 담은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선거철에는 색깔 하나도 해석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A씨는 “그 이후로는 괜한 오해를 피하려고 무채색 옷만 입고 다닌다”며 웃었다.

매년 선거 시즌에는 ‘색깔 눈치’가 이어진다. 선거철마다 유권자와 유명인의 옷, 머리색, 음식 사진까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면서다. 선거철 소셜미디어에서는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색깔이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래퍼 이영지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빨간색으로 염색한 머리 사진을 올렸다가 일부 누리꾼의 비판을 받았다. “선거 기간에 왜 하필 빨간색이냐”, “정치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영지는 이후 다시 검은색 머리로 염색한 뒤 “중요한 시기인 걸 분명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통하려는 의지가 앞섰다”는 취지의 사과 글을 올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직장인이 빨간 니트와 파란 가디건을 들고 옷차림을 고민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가수 이승환도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사전투표 인증 사진을 올렸다가 온라인상에서 여러 해석을 낳았다. 일부 누리꾼은 “야당으로 갈아탄 것 아니냐”고 반응했고, 다른 쪽에서는 “빨간색 옷을 입어도 의심이 안 간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승환은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유명인의 일상 사진까지 정치적 메시지로 읽히자 온라인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빨강이면 어떻고 파랑이면 어떠냐. 유명인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다”며 “자신이 판단하는 신념만 옳다고 강요하고, 다르면 공격하는 분위기가 피곤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선거철에는 빨간 옷이나 빨간 신발도 못 신는 것이냐. 청바지를 입으면 또 다른 의미로 해석할 것이냐”며 색깔을 정당 지지와 연결하는 분위기를 비판했다.

스포츠팀 유니폼 색깔을 예로 든 반응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은 모두 민주당 지지자고, SSG 랜더스 선수들은 모두 국민의힘 지지자라는 말이냐”며 “따질 것을 따져야 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대다수의 일반 유권자는 누가 파란색을 입든, 빨간색을 입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일부 과열된 반응이 논란을 키운다고 봤다.

사과를 요구하는 분위기뿐 아니라, 논란이 커지면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 유명인들의 대응을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 누리꾼들은 “고의로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니라면 사과할 일이 아니다”, “염색까지 다시 하는 것은 과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색깔눈치’는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투표하고 떡볶이 먹고 있다”는 글과 함께 빨간색 떡볶이와 파란색 떡볶이 사진을 나란히 올린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빨간색 음식 사진만 올렸다가 특정 정당 지지자로 보일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일부러 빨간색 떡볶이 사진에 파란색을 합성한 것으로 풀이됐다.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려는 시도는 이전 선거에서도 있었다. 가수 데프콘은 과거 대통령 선거 당시 파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옷을 입고 투표 인증 사진을 공개했다. 또 다른 선거 때는 검은색 바탕에 빨강, 파랑, 노랑, 흰색이 모두 들어간 외투를 입은 사진으로 주목 받았다. 특정 색을 피하기보다 여러 색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오해의 여지를 줄인 셈이다.

한편 법적으로 투표할 때 특정 색상의 옷을 입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투표소 안팎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언동,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표지 등을 제한한다. 후보자 이름이나 기호가 적힌 의류, 선거운동용 복장 등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단순히 빨간색이나 파란색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제한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도 “투표할 때 입는 옷 색깔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며 “정당명, 후보자명, 기호가 들어간 옷이나 선거운동용 복장 등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증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있다. 투표 인증 사진은 투표소 건물 밖에서 촬영할 수 있고, 입구 등에 설치된 표지판이나 포토존을 활용한 인증 사진도 가능하다. 반면 기표소 안에서 인증 사진을 찍거나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최근 유행하는 맞춤형 인증 용지를 활용하더라도 촬영은 반드시 기표소 밖에서 해야 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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