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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준영 음원은 두고 드라마·예능만 폐기? 기록말살형의 이중잣대[강효...

그냥 폐기해", "다시 찍어야겠네, 위약금 받아서 빨리 재촬영 해", "AI로 얼굴 바꾸면 되겠네" 같은 여론이 커진다. 간편하고 확실한 '기록말살형'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모든 콘텐츠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나 돌아볼 필요가...

정준영 음원은 두고 드라마·예능만 폐기? 기록말살형의 이중잣대[강효...

▲ 조진웅. 제공| tvN 시그널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최근 K드라마 시장에는 큰 골칫거리들이 있다. 조진웅이 나오는 tvN 드라마 '시그널2', 차은우가 나오는 넷플릭스 '원더풀스', 김수현이 나오는 디즈니+ '넉 오프' 등이다. 이 작품들을 예정대로 공개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연예인들의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 '그 사람이 출연한 드라마·영화는 어쩌나?'라는 화두가 떠오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손쉬운 해답이 줄줄 나온다. "뭐하러 공개해? 그냥 폐기해", "다시 찍어야겠네, 위약금 받아서 빨리 재촬영 해", "AI로 얼굴 바꾸면 되겠네" 같은 여론이 커진다. 간편하고 확실한 '기록말살형'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모든 콘텐츠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같은 잣대라면 '버닝썬' 사건의 주범 정준영의 앨범도, 승리의 목소리가 포함된 빅뱅의 노래도 음원 사이트에서 내리거나 빼고 재녹음 해야 형평성에 맞다. 그런데 왜 드라마나 예능, 영화만 무조건 폐기해야 할까?

# '작품이 문제'면 폐기하지만, '사람의 죄'는 왜 작품이 받나?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방송 콘텐츠는 출연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수백 명의 인력과 재능과 긴 시간이 치열하게 녹아든 막대한 자본과 노동의 집약체다. 콘텐츠 시장은 각 방송국, 제작사, 플랫폼마다 편성 띠가 치밀하게 돌아가는 거대 산업이다. 요즘 드라마 한 편 제작비는 최소 수십 억에서 수백 억 규모다. 그런데 당장 내 돈 만원만 잃어도 짜증낼 사람들이 이런 거액은 별 고민 없이 날리라고 한다. "어쩔 수 없지, 폐기해"라는 주장은 배우 한 명의 죄를 묻기 위해 스태프 수백 명의 밥줄을 끊는 무책임한 연좌제다. 산업적으로만 보면 감정적인 과잉 대응이자 비합리적인 해결책이다.

물론 실제로 시청자들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방송된 드라마가 통째로 폐기된 사례가 있다. 역사 왜곡 논란이 있던 SBS '조선구마사'다. 통째로 다시 찍은 경우도 있다. 주연 배우의 학교폭력 논란이 있던 KBS '달이 뜨는 강'이다. 이같은 전례 때문에 이후 각종 논란에 연루된 모든 드라마가 '폐기 혹은 재촬영' 요구를 더욱 강하게 받고 있다.

▲ '조선구마사' 포스터. 제공| SBS

그러나 이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두 작품은 전혀 다른 경우다. '조선구마사'는 작품 자체의 역사왜곡이 문제인 설계 결함 제품이다. 방송되는 순간 공영방송이 사회적인 가치를 훼손하게 되므로 폐기까지 이어질 명분이 강했다. 수습 과정에서도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랐다. 작품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출연한 배우들도 맹비난을 받았다.

'달이 뜨는 강'은 배우 1인의 과거사 문제로 나머지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피해자다. 사실 운 좋게 재촬영이라는 기적이 일어난 경우다. 총 20부작 중 6회까지 방송된 애매한 타이밍에 촬영 팀과 배우들이 큰 결단을 내렸고 스케줄도 가까스로 조정됐다. 그럼에도 사전제작으로 전체 분량을 다 찍어놨기에 거의 모든 분량을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했다. 결국 제작사는 거액의 손해를 떠안았다. 손해배상 소송은 2021년 드라마가 끝나고도 아주 오래 이어져 지난달에서야 판결이 확정됐다. 대부분의 작품은 이 모든 기적 없이 리스크를 떠안고 재촬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 '달이 뜨는 강' 공식 포스터. 제공ㅣ빅토리콘텐츠

# '기록말살형'의 부작용

작품 자체에도 죄가 있지만 무고한 피해자도 존재하는, 두 사례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 엠넷 '프로듀스101' 시리즈다. 이미 방송이 끝난 시점이었지만 제작진이 순위를 조작했다는 혐의가 드러나면서 시리즈 전체가 공중분해됐다. 전국민을 프로듀서로 만들 정도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으나 공식 루트로는 VOD, OTT 등 어느 곳에서도 다시볼 수 없다. 천만 배우가 된 '단종 오빠' 박지훈의 빛나는 모습도 함께 사라졌다.

▲ 박지훈. 출처ㅣ프로듀스101 나야나 영상 캡처

다만 이 작품은 프로그램 특성상 피해자들의 입장이 갈릴 수 있다. 조작된 방송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출연한 연습생들에게는 단 몇 초 분량이라도 공개되는 것이 간절했던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방송 출연작일 수도 있다. 반면 투표 조작으로 데뷔 기회를 박탈당한 연습생들 중 누군가에게는 방송이 남아있는 자체가 아픔일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히 이분법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이미 폐기된 프로그램이지만 만약 자료를 남기자고 가정한다면, 다시보기 영상 시작 전 '이 프로그램은 투표 조작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최종 결과는 조작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고지를 삽입하거나, 매회 투표 결과를 제거하고 출연자들의 연습 과정과 무대만 남긴 버전을 재편집해 공개하는 등 여러 방식의 조건부 공개를 고려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프로듀스101' 전 시즌 포스터. 제공| 엠넷

또 다른 '기록말살형'을 받은 예능도 있다. '1박2일' 시즌3다. '버닝썬' 논란 당시 문제의 출연자가 나온 방송은 본방송, 재방송도 모자라 다시 보기까지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VOD 지우기에 나섰다. 이 때문에 정준영이 출연한 '1박2일' 시즌3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문제는 정준영과 故김주혁의 '1박2일' 출연 시기가 겹친다는 점이다. 정준영의 분량을 날리면서 '1박2일'에서 '구탱이 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故김주혁의 활약상도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 1박2일 시즌3. 출처 l KBS 방송화면 캡처

TV시대에는 채널을 돌리면서 '강제 노출'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OTT 서비스와 VOD 영상으로 소비자들이 시청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다. 특히 이미 종영한 프로그램 '다시 보기' 서비스는 구독료 혹은 이용료를 지불한 시청자가 직접 선택하는 것이다. 노출이 싫은 사람은 찾아서 보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이유로든 해당 작품을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의 선택권까지 막는 것은 옳은 일일까.

같은 입장에서 드라마, 예능과 달리 영화는 논란이 있는 배우가 출연한 작품도 결국은 개봉하거나 VOD, OTT 등으로 공개한다. 배급사에서 관객 반응을 우려해 개봉 시기를 조절할 뿐, 결국은 티켓값을 내는 관객의 관람 의사에 맡기는 것이다. 심지어 유아인의 '승부', 곽도원의 '소방관'은 흥행에도 성공했다.

# 왜 드라마·예능은 지워야 하고, 음원은 그대로 둘까?

반면 가요계에서는 범죄 혐의가 있거나 유죄 판결까지 받은 가수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정준영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고스란히 남아있고, 음원은 지금도 스트리밍 가능하다. 심지어 매달 음원 수익도 차곡차곡 받고 있을 것이다. 승리 목소리가 남아있어도 방송가에서는 여전히 빅뱅 음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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