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AI 전략이 불과 한 달여 사이 급격히 출렁이고 있다.
미국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와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약속한 데 이어 오픈AI와 AI 커머스 협약까지 체결했지만, 열흘 만에 오픈AI 협업을 중단했다.
이어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 수장까지 교체되면서,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AI 전략 혼선에 따른 문책성 인사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니스 안토노글루 리플렉션 AI 공동창업자(왼쪽부터),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CEO,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사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신세 계그룹과 리플렉션 AI의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3.17 (사진=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리플렉션AI와 손잡고 국내에 25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리플렉션AI는 구글 딥마인드 출신 연구진이 세운 미국 AI 기업으로, 엔비디아 투자와 GPU 공급망을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의 AI 기술 수출 전략과도 맞물려 있으며, 리플렉션AI는 AI 모델과 칩·엔지니어링을, 신세계는 국내 사업 추진과 자금·물류 기반을 맡는 구조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직후 신세계가 오픈AI와도 별도 협약을 맺었다는 점이다. 신세계는 4월 6일 오픈AI와 ‘AI 커머스 사업협력’ MOU를 체결하고, 2027년까지 챗GPT 대화창 안에서 이마트 상품 검색부터 결제·배송까지 가능한 완결형 AI 커머스 모델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사장),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왼쪽)가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4.6(사진=연합뉴스)
당시 임영록 경영전략실장이 협약식 전면에 섰고, 신세계는 이를 국내 유통사 최초의 오픈AI 전략 제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표 열흘 뒤 신세계의 입장은 바뀌었다. 그룹은 리플렉션AI와의 협업과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오픈AI와의 협업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식 명분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리플렉션AI와 오픈AI라는 서로 다른 AI 파트너십을 동시에 추진하다가 내부 의사결정 충돌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신세계는 4월 29일 임영록 경영전략실장 겸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의 겸직을 해제했다. 회사는 임 사장이 앞으로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 스타베이 시티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한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오픈AI 협업 중단과 맞물린 문책성 인사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신세계는 신임 전략실장을 즉시 선임하지 않고 정용진 회장 중심의 직할 체제로 경영전략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신세계가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언했음에도, 전략 실행 과정에서 컨트롤타워가 일관된 판단을 했는지 여부다.
리플렉션AI는 데이터센터·모델·인프라 중심의 파트너이고, 오픈AI는 챗GPT 기반 고객 접점·커머스 서비스에 강점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인프라와 서비스의 투트랙 전략이 가능하지만, 신세계는 결과적으로 이를 병행하지 않고 리플렉션AI 쪽으로 급선회했다.
정용진 회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은 만큼 향후 신세계의 AI 전략은 리플렉션AI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250MW급 데이터센터는 전력 확보, 부지, 투자비, GPU 조달, 수익모델, 규제 대응이 모두 맞물린 초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에 신세계가 유통기업에서 AI 인프라·클라우드 사업자로 확장하려는 만큼,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사업성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신세계는 '빠르고 정확한 혁신 실행'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흐름은 오히려 그룹의 AI 전략이 얼마나 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오픈AI와 손을 잡은 지 열흘 만에 협업 중단을 발표하고, 곧바로 전략실장 교체까지 단행한 신세계. 정용진 회장의 직할 체제가 ‘AI 전환의 속도전’이 될지, 아니면 컨트롤타워 혼선의 부담을 회장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구조가 될지는 이제부터가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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