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유튜브 갈무리
[이코리아] 정부와 기업들이 ‘피지컬 AI(Physical AI)’를 차세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내세우며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지컬 AI는 텍스트와 이미지 등 디지털 영역에서 작동하던 기존의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 드론,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행동하는 AI 기술을 의미한다. 정부의 정책과 기업들의 실증 확대가 맞물리며 피지컬 AI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의제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기술기업들은 물류, 제조, 모빌리티 등 실제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1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AI 인프라·플랫폼·솔루션을 아우르는 ‘풀스택 AI’ 전략을 재확인하며, 로봇과 결합한 피지컬 AI 사업 확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와 로봇 모델을 연계해 피지컬 AI 학습과 운영 환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물류 분야에서는 이미 자동화 경험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무인운반로봇(AGV), 자율주행 이동로봇(AMR), 드론 등을 활용해 입고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AI 기반 적재 최적화와 IoT 기반 운송 관제 시스템을 통해 물류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또 삼성SDS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주관하는 ‘피지컬 AI 모델 학습을 위한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개발’ 과제에 ‘K-피지컬 AI 얼라이언스’ 수요기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LG이노텍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과 협력해 센싱 모듈과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솔루션 개발에 나섰으며, 이를 드론과 로봇 분야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기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통신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이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6’에서 AI 인프라·모델·서비스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전략을 공개하며 피지컬 AI 관련 기술을 주요 전시 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시에서는 현실 세계를 가상 환경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과 로봇 학습을 위한 트레이닝 플랫폼, 현장 영상 기반 비전 AI 솔루션 등이 소개됐다. 이들 기술은 피지컬 AI의 ‘두뇌·감각·인지’ 역할을 담당하는 요소로,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을 염두에 둔 구성이다.
SK텔레콤은 이와 함께 AI 데이터센터(AI DC), GPU 클러스터, AI 네트워크 등 인프라 역량을 기반으로 제조·로보틱스 분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협력한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 공장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피지컬 AI 생태계 참여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피지컬 AI 1등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100% 국산 기술 기반 피지컬 AI 테스트베드 ‘카이로스(KAIROS)’를 공개하고,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카이로스는 공장 내 로봇과 설비를 하나의 운영체계(OS)처럼 통합 제어하는 무인공장형 플랫폼으로, 물류·조립·창고 관리 등 작업을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수행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기술 확보→실증→산업 확산→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전주기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약 1700억원 규모 예산 투입을 시작으로 3년간 집중 투자에 나서며, 시각·언어·행동을 결합한 VLA(비전·언어·행동)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 등 핵심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핵심 축은 3대 공통 기반기술이다. 구체적으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월드모델 ▲컴퓨팅 플랫폼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풀스택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양한 작업을 스스로 계획·수행하는 범용 지능 역할을 하고, 월드모델은 시뮬레이션과 합성 데이터를 통해 학습을 지원하며, 컴퓨팅 플랫폼은 저지연·저전력 환경에서 실제 산업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자동차·조선·정밀 제조 등 주력 산업과 연계한 3대 메가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국산 기술 기반 자율공장과 정밀 제조 시스템을 구현해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패키지 형태로 해외 시장에 수출한다는 구상이다.
피지컬 AI를 둘러싼 경쟁은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로보틱스와 AI를 제조 경쟁력 및 국가 안보와 연결된 전략 산업으로 보고 정책 설계 단계부터 대응에 나섰다. 보스턴다이나믹스 등 주요 기업이 정부 주도의 로봇 산업 전략 논의에 참여하며 정책 영향력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이는 기술 경쟁을 넘어 표준과 공급망, 인력까지 포함한 국가 단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대량 생산과 현장 데이터 확보를 기반으로 한 확산 전략을 택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기술 확보 이전에 로봇을 산업 현장에 먼저 투입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시장 주도권 확보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유럽과 일본은 기존 산업자동화와 로봇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점진적인 고도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 일본 등 전통 제조 강국은 산업용 로봇과 생산 시스템에 AI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며 안정적인 산업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도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로봇 학습을 위한 시뮬레이션 기반 플랫폼을 공개하며 피지컬 AI를 차세대 성장 영역으로 제시했고, 글로벌 기업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피지컬 AI 글로벌 동향 및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를 바탕으로 피지컬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항만·공항 등 대규모 실증 환경을 통해 초기 상용화 레퍼런스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플랫폼 주도력과 핵심 생태계 측면에서는 보완 과제도 제시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물류·의료·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상용화를 선도하는 가운데, 한국은 아직 플랫폼과 표준을 주도하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AI 반도체·센서 생태계, 국제 표준 주도권,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안전 검증 체계, 데이터·R&D 통합 구조 등에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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