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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부, '벚꽃 추경' 속도전 돌입…15조~20조 규모 편성 임박

핵심 재원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법인세 초과 세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당기순이익 45조2000억원(전년 대비 31% 증가), SK하이닉스는 42조9000억원(전년 대비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 실적이 올해 법인세 수입에...

정부, '벚꽃 추경' 속도전 돌입…15조~20조 규모 편성 임박

삼성·하이닉스 호실적이 만든 '초과세수'로 국채 발행 없이 편성 방침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서라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공감신문] 이상민 기자=중동발 고유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작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의 '신속 추경' 지시 이후 기획예산처와 관계 부처가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며 초고속 편성에 들어간 가운데,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선거용 돈 풀기'라는 야당의 비판이 맞물리며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 이 대통령 지시 사흘 만에 전 부처 총동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과 한계기업 등을 지원하려면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며 "어차피 조기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고 발언했다.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한 달 내 추경안 마무리를 주문했다. 이를 받아 기획예산처는 13일 '중동 상황 점검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은 "기획처와 각 부처는 국민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덜기 위해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에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추경 편성을 위한 관계 부처 회의를 소집하며 청와대까지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다.

기획처는 재정경제부를 비롯해 산업통상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12개 이상 부처에 추경 사업을 발굴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부처별 예산요구서가 취합되는 대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 규모 15조~20조,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 활용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이번 추경 규모를 15조~20조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핵심 재원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법인세 초과 세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당기순이익 45조2000억원(전년 대비 31% 증가), SK하이닉스는 42조9000억원(전년 대비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 실적이 올해 법인세 수입에 반영되면서 KB증권은 법인세만 당초 전망 대비 5조3000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증권거래세 수입까지 합치면 최소 10조원 이상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세계잉여금과 한국은행 잉여금을 더하면 최대 20조원까지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임기근 차관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해 편성하겠다"고 못 박았다. 국채·외환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 석유 손실보전·에너지바우처·소상공인 유류비가 3대 축

추경의 세부 항목은 세 갈래로 구성될 전망이다. 첫째, 13일부터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재원이다. 정유사 공급가를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제한하되 손실분은 정부가 재정으로 메꿔주는 구조여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재정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둘째,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및 지역화폐 지급이다. 화물·택배 등 운송업계의 유류비 직접 지원과 소상공인 전기요금·대출이자 부담 완화도 주요 사업으로 거론된다. 셋째, 중동발 공급망 충격으로 타격을 받는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물류비 지원이다.

◇ 야당 "벚꽃 매표 추경"…여당 "발목잡기 말라"

추경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거세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혈세를 살포하겠다는 노골적인 '벚꽃 매표 추경' 선언이자 전형적인 표심용 재정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무리한 재정 확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박수영 재정경제위원회 야당 간사는 "유동성이 넘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 돈을 더 풀겠다는 것은 표(票)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중동 정세 불안, 유가 급등, 공급망 불안이 겹치는 엄중한 국면에서 위기 대응을 선거용 프레임으로 왜곡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 통화량 4080조 역대 최대…물가 자극 우려도

우려의 목소리는 학계에서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이란 전쟁이 금방 끝나면 유가도 빠르게 내려가기 때문에 추경이 필요 없게 된다"며 "올해 정부 지출 계획이 사상 최대인 728조원인 상황에서 지금부터 총알을 다 쓰면 상황이 더 심각할 때 쓸 총알이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광의통화(M2)는 전월 대비 23조4000억원 늘어난 4080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는 올해 말 14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1년 전 2.76%였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9일 3.739%까지 뛰었다. 추경으로 시장 금리가 더 오르고 물가가 자극되면 오히려 서민 가계 부담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추경의 물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15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추경 편성이 수요 측 압력을 통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 역대 '벚꽃 추경'의 전례…선거 전 편성은 늘 논란

선거를 앞두고 편성된 추경은 과거에도 정치적 잡음을 일으켰다. 2015년 총선을 9개월 앞두고 편성된 이른바 '메르스 추경'은 메르스 피해 지원과 무관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예산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2020년 총선 직전 편성된 '코로나 추경'도 현금 살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추경 역시 6·3 지방선거를 80일가량 앞둔 시점에 추진돼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관건은 추경의 규모와 집행 방식이 실제 위기 대응에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되느냐다. 에너지 위기에 따른 실질적 피해 보전에 집중하면서도 선심성 사업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추경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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