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관련 이미지. 사진=pixabay
구글이 디지털성범죄물 삭제를 요청한 피해자 신상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피해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성평등가족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제대로 된 피해자 수와 정보 노출 규모를 집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알려진 디지털 성범죄 사건 이후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관계기관 사이에서 피해 규모를 집계하는 공통된 기준조차 없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미통위는 피해자 수, 노출 정보 항목, 열람, 다운로드, 재유포 여부 등 2차 피해 현황 관련 자료를 일절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방미심위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선 조치 또는 접속 차단한 게시물을 총 22건으로 집계했다. 이 중 20건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피해자를 대신해 구글에 검색어 삭제를 요청한 내용 등이 담겼고, 2건에는 피해자가 직접 구글에 삭제를 요청하면서 신고자명 등이 노출됐다.방미심위는 해당 게시물에 기재된 피해자 이름이나 별칭, 직업, 학교 등을 기반으로 확인한 피해자는 중복을 제외하고 총 13명이었다.
성평등가족부는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어 삭제 조치한 내역을 10여건으로 파악했고 전체 피해규모는 별도로 구글에 파악을 요청한 상태다.
구글이 자체 파악한 피해건수는 37건이었다. 구글은 방미통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신고가 접수된 사례 가운데 중복·타사 관련 건을 제외한 37건이 외부 사이트에 잘못 전송된 것으로 파악하고 삭제를 요청해 서버에서 영구 삭제했다고 했다.
기관 간 상황 공유도 늦었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달 12일부터 정보 이용자 동의 여부가 삭제된 것을 파악하고 구글을 통한 삭제 요청 업무를 중단했다. 방미통위 또한 같은날 성평등가족부로부터 문제 상황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방미심위는 14일 뒤인 지난달 26일에야 문제 상황을 전달받았다. 방미심위는 그제야 피해 정보가 노출된 URL 18건에 대한 긴급 심의에 착수했다.
사후 확인도 충분하지 않았다. 방미통위는 지난 4일 구글을 통해 문제 게시물이 완전히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지난 6일 구글은 3건의 추가 신고를 받고 게시물을 추가 삭제했다. 방미통위의 ‘완전 삭제’ 확인 범위와 검증 절차에 허점이 발견된 것이다.
▲ 정보 유출 관련 내용. 이미지=이훈기 의원실
이훈기 의원은 “불법촬영물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절박한 마음으로 제출한 신상정보와 피해 내용이 다시 공개된 것은 피해구제 절차가 2차 가해의 통로로 뒤바뀐 심각한 사태”라며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의무가 있는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조치와 대응 과정에 위법 사항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난 6월 디지털 성범죄의 예방·수사·차단·피해자 지원 전 과정을 아우르는 범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협의체까지 출범했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기관 간 정보 공유와 피해 집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관별 피해 집계 기준을 통일하고 신고 접수부터 삭제, 재유포 확인까지 공동 대응 절차를 정비해 범정부 대응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구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서면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이 사태를 확인한 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대응해 왔지만 요청 내역이 모두 삭제되기까지 13일이 걸렸고, 구글은 성평등가족부의 재발 방지 대책 요구에도 불성실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실망스러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고, 내부 관리감독 체계 마련 등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정부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수사 의뢰와 법적 조치도 검토해 주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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