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수 서울 본부장
국토교통위 소속 민주당 3선 황희 의원이 또 한 번 국민의 분노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폐차 예정인 버스를 뜯어고쳐 청년들에게 집으로 주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다. 네덜란드의 물 위에 뜬 집(보트하우스)이나 도심 빈 땅, 지하철역 근처를 활용하자는 낭만적인 해설도 덧붙였다.
심각한 청년 주거난을 풀어보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공사비도 땅값도 계산하지 않은 채 던진 계산기없는 정치의 극치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자기 자식한테 폐버스에서 살라고 하면 좋아하겠느냐”는 반발이 쏟아졌다. 국민의힘도 “전세 사기와 대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쇠상자에서 살라는 것은 명백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버스를 집으로 바꾸는 일은 의자를 빼고 침대만 넣으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버스는 얇은 철판과 큰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쇠상자다. 단열과 방음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여름엔 찜통, 겨울엔 냉장고가 되고, 바깥 소음도 그대로 들어온다.
이를 막으려면 철판에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특수 매트를 붙이고, 솜 같은 흡음재와 단열 거품을 두껍게 채워야 한다. 그 위에 두꺼운 단열판을 겹겹이 덧대고 나무판으로 마감해야 한다. 사방의 유리창도 모두 떼어내고 철판이나 아크릴판으로 막은 뒤 똑같이 단열해야 한다. 이렇게 공사를 해도 여름철 재료가 뒤틀리고 겨울철 안쪽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 문제를 완벽히 막기는 어렵다.
배관과 전기 공사도 만만치 않다. 쓸모없어진 엔진과 바퀴를 빼내고 집을 지탱할 뼈대를 새로 세워야 한다. 버스 출입문은 현관문으로 바꾸고, 엔진이 있던 자리엔 보일러와 온수기, 에어컨 실외기를 넣어야 한다. 바닥에는 난방 배관과 수도관, 오수관을 새로 깔아야 한다. 자동차용 저전압 전선은 모두 걷어내고 가정용 전기 배선도 새로 놓아야 한다.
이렇게 15인승 소형 버스 한 대를 고치는 데만 내부 공사비로 약 5천만 원이 든다. 그렇게 얻는 공간은 겨우 4평 남짓이다. 40인승 대형 버스라면 비용은 천정부지로 뛴다.
더 큰 문제는 땅이다. 버스는 위로 쌓을 수 없는 1층짜리 집이다. 1만 채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다세대주택보다 땅을 다섯 배 넘게 더 써야 한다. 수도관과 전기선, 공동 세탁실, 관리사무소, 주차장까지 생각하면 최소 12만 평의 땅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땅값이 싼 편인 강서구만 해도 평당 3천만 원이니, 토지 매입비로만 3조 6천억 원이 든다. 개조비 5천억 원을 더하면 4조 1천억 원이 넘는다. 황 의원은 “5천억 원이면 1만 채를 만든다”고 장담했지만, 정작 가장 핵심인 땅값조차 계산에 넣지 않은 셈이다. 산수도 모르는 허황된 공상에 불과한 소리다.
황 의원이 흔히 착각하는 미국과 유럽의 RV 파크(캠핑카 마을) 사례만 봐도 그렇다. 미국의 대표적 캠핑카 촌인 실리콘밸리 인근 ‘팰로앨토 RV 주차장’이나 외곽의 RV 파크들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쫓겨난 주거 취약계층이 몰린 ‘최후의 빈민촌’이거나, 여행객이 하루 3~5만 원을 내고 잠시 머무는 임시 시설이다. 거센 치안 문제와 하수 처리, 전기 부족에 시달리는 이 공간을 두고 미국 현지 언론조차 “선진국의 주택 위기가 낳은 비극”이라 부른다. 해외의 주거 비극을 가져와 청년 정책의 대안이랍시고 포장하는 꼴이다.
황 의원부터 솔선수범해서 먼저 살아보라, 우리를 난민 취급하냐 는 등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자 황 의원은 “고시원 같은 곳에 사는 청년을 위한 임시 거처 아이디어였을 뿐”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삭제하고 한발 물러섰다. 차라리 “청년 노마드를 위한 힙한 ‘모빌리티 레지던스’입니다!” 하고 포장이라도 하는 성의라도 보였어야지, 변명조차 참으로 구질구질하다. 여당 역시 원인을 주택법 처리를 막는 야당과 서울시 탓으로 돌리기 바쁘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정책가들을 향해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Cool Heads, but Warm Hearts)”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냉철한 현실 분석과 정밀한 예산 계산이 전제되지 않은 따뜻함은 그저 선의를 가장한 독(毒)일 뿐이라는 뜻이다.
숫자 계산조차 제대로 못 하는 ‘식은 머리’와 낭만주의에 취한 ‘겉치레 가슴’으로 청년들을 쇠상자에 가두려 해서는 안 된다. 청년층 자가 보유율이 27.7%까지 떨어졌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쇠상자 차박(車泊)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과 번듯한 삶의 터전을 위한 ‘닥공’(닥치고 주택 공급확대)이다. 살다 살다 별 일을 다 겪는다지만, 집 문제로 이런 ‘신박함’까지 겪을줄 몰랐다. 앞으로 더 한심한 대책이 나와도 ‘차박’보다 더 놀랄 일은 없을 것 같다.
윤삼수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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