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소통의 혁신이다. 대통령이 SNS를 통해 정책 쟁점을 미리 국민에게 공지하고 의견을 구하는 모습, 국무회의를 국민 앞에 공개해 국정 운영의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장면, 관계 부처와 전문가·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대토론회 등은 과거 정부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던 소통의 모습들이다. 이런 식의 소통 강화에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정책이 밀실에서 만들어져 국민 앞에 일방적으로 통보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책 형성 과정을 국민이 직접 보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국정 최고책임자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함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소통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소통이 일방적인 홍보와 다른 지점은, 국민과의 교감을 통해 더 좋은 정책,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내고 정책의 취지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온전히 발휘하도록 하는 데 있다. 즉 소통의 목적은 올바른 정책의 수립과 효과적인 시행이며, 궁극적으로는 정책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아무리 소통이 활발해도, 그 결과물이 각종 부작용을 수반하는 정책이라면 소통은 그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최근 들어 정부가 시행한 주요 정책들이 시장과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대통령 지지율 하락까지 불러오고 있다. 본래 개혁은 이를 통해 손해를 보는 쪽의 반발을 부르기에 시장과 여론의 반발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해당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들에 대한 면밀한 예측과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전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허용과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각각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이라는, 국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장을 건드리는 정책들이다. 그런데 두 정책 모두 시행 또는 발표 이후 정책입안자들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듯한 심각한 부작용들을 야기했다.
레버리지 ETF의 경우 리밸런싱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매 물량이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충분히 검토된 것 같지 않다. 부동산 세제개편안 역시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가 전월세 등 임대 매물의 감소로 이어져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두 사례 모두 정책이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여러 각도에서 미리 따져보는 과정, 즉 숙의(熟議)가 결여돼 있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현 정부는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정부다. 정치적 소수파 정부가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 입법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국면이라면 소통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과반 의석을 가진 정부에 지금 부족한 것은 정책을 관철시킬 정치적 동력이 아니라, 관철시키기 전에 그 정책을 충분히 검증하는 숙의의 과정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소통 강화를 위해 도입한 장치들이 오히려 숙의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무회의를 공개하고 대통령이 SNS로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를 미리 밝히는 것은 밀실 행정을 없앤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가 공개적으로 밝힌 견해를 참모나 장관들이 거스르기 어려운 우리의 조직 문화를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통령이 SNS에 정책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순간, 그 이후의 논의는 방향을 검증하고 재검토하는 숙의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방향을 다듬는 절차로 흐르기 쉽다.
국무회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각종 현안에 대해 발언을 하고, 참석자들의 발표에 대해 칭찬을 하거나 면박을 주기도 하는 국무회의가 공개되는 순간,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실무자들까지 대통령의 생각에 이견이나 대안을 제기하기보다 방어적으로 답변하거나 침묵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정책 결정 이후의 소통은 유지하되, 정책을 결정하기 전 참모와 실무진이 자유롭게 난상토론을 벌이고,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에 함몰될 경우 자칫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논의하는 비공개 숙의시스템이 보장돼야 한다.
이번 삼전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사태와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따른 파장은 현 정부에 아프지만 중요한 신호를 주는 사건들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들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소통 중심의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충분한 논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숙의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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