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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동칼럼]미 국채시장, 마이런 보고서의 관점

미 국채시장이 불안하다. 10년물 금리가 5%, 30년물은 5.3%를 넘나들고 있다. 이란전쟁과 인플레 우려가 직접적 계기지만, 문제의 뿌리는 깊다. 미 정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연간 2조달러의 재정적자, 1조달러의 이자상환액이 재정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정동칼럼]미 국채시장, 마이런 보고서의 관점

미 국채시장이 불안하다. 10년물 금리가 5%, 30년물은 5.3%를 넘나들고 있다. 이란전쟁과 인플레 우려가 직접적 계기지만, 문제의 뿌리는 깊다. 미 정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연간 2조달러의 재정적자, 1조달러의 이자상환액이 재정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인공지능(AI) 투자를 멈출 수 없는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도 국채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 10년 국채금리 5%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상황에서 떠올리게 되는 것이 스티븐 마이런의 2024년 보고서다. ‘세계 무역체제 재편을 위한 안내서’인데, 트럼프 2기의 관세 및 달러 정책을 이해하는 이론적 배경이 되어왔다. 마이런의 출발점은 미국 무역적자가 미국인의 과소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각국은 기축통화인 달러 외환보유액과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계속 필요하다. 그 결과 달러는 고평가되고 미 제조업은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무역적자가 지속된다는 내용의 진단이다. 마이런은 미국이 안보우산과 함께 공공재인 달러를 세계에 공급하면서 비용을 부담한다고 봤다.

관세를 수단 삼아 무역적자를 줄이고 달러 고평가를 교정하며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기조를 이 틀에서 보면 일관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미 국채시장 불안과 바이백을 통한 재무부의 개입은 마이런 보고서의 해결책이 가져올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준다. 상충하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딜레마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국채시장을 지탱하는 자금원이다. 미국이 상품을 수입하면서 해외로 내보낸 달러는 다시 미국 국채와 주식 등 달러자산 수요로 되돌아온다. ‘달러 리사이클링’이다. 무역적자를 내는 대신 세계의 저축을 끌어들여 미 정부와 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다면 미 국채를 사는 자금원이 메마르게 되는 것이다.

미 국채금리 상승은 인플레 프리미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프리미엄, 미국 정책과 제도의 신뢰가 낮아진 데 따른 프리미엄이 결합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화폐가치의 의도적 저하(디베이스먼트)에 대한 시장의 반발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마이런 보고서가 지향하고 트럼프가 바라는 것이, 달러와 미 국채가 최고의 준비통화와 안전자산 지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관세와 약달러로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 무역적자를 줄이고, 국채를 낮은 금리로 계속 발행하는 것이라면, 최종 도달 지점은 어디일까. 만약 베선트 장관의 국채시장 안정 시도가 실패한다면 미국은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하려 할까.

마이런 보고서의 흥미로운 부분도 여기에 있다. 그는 관세뿐 아니라 통화정책과 국제금융체제 재편까지 거론한다. 미국이 제공해온 기축통화와 안보우산이라는 공공재 비용을 동맹국들이 더 부담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마러라고 협정’이라는 과감한 구상과 연결 지어왔다. 안보와 무역을 미국에 의존하는 동맹국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100년 만기 무이자 채권으로 강제 교환하는 방안 같은 것이다. 사실상 영구 무이자 차입이 된다. 그런 움직임이 감지되는 순간 달러의 위상과 동맹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어서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비현실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로 상황을 설정해둬야 하지 않을까.

마이런 보고서는 어려움에 직면한 미국이 세계경제질서를 바꿀 수 있는 여러 수단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미 국채시장은 그 방안들의 제약조건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 메커니즘에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그럼 다음 카드는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것일까. 힘으로 누를 수 없는 대표적인 상대가 채권시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채권시장 개입의 최종 단계는 군대를 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선거 승리를 조건으로 5000달러 국민배당금을 주겠다는 트럼프의 약속도 재정규율에 크게 어긋난다. 패권 요소 중 통화패권이 가장 오래간다는 역사적 경험이 있고 아직 달러 대체 옵션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상위 안전자산인 미 국채가 신뢰를 잃어간다면 무엇을 믿고 무역과 금융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달러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그에 올인하는 것도 위험해지는 미묘한 국면인 것 같다. 장기국채 금리 상승은 주요 선진국이 함께 겪고 있다. 채권시장이 규율을 찾고 있다. 금리를 이기는 시장이 없음에 유의하고, 겸손과 균형감으로 국채시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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