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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동칼럼] ‘기록이 없다’는 국민주권정

중요한 정책 결정이 이뤄졌는데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정동칼럼] ‘기록이 없다’는 국민주권정

중요한 정책 결정이 이뤄졌는데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큰 논란이 됐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고,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이런 ETF 도입을 결정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그렇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래야 책임도 정확하게 물을 수 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면 형식적인 답변만 한다. 문서 목록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하는 것은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공개용 안건과 의사록 정도이다. 이런 회의를 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이뤄졌을 검토나 의사결정에 관한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김용범 전 정책실장 등에 대한 증인채택을 여당이 거부한다고 한다. 이럴 거면 ‘국민주권정부’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국민주권의 기본은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다. 알아야 표현도 할 수 있으니, ‘알권리’가 가장 기본이다. 그런데 중요한 정책 결정에 관한 정보를 감추면서 국민주권을 얘기하는 것은 ‘말장난’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29일 대통령이 4개 부처 장관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발표한 프로젝트다. 당연히 청와대 내부의 검토를 거쳤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에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생산한 문서 목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니 ‘생산한 문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 청와대에서 내부 회의 한번, 내부 검토 한번 없이 이런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는 것인가? 만약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다면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은 ‘대통령과 대통령 보좌기관의 장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적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생산한 문서가 아예 없다는 것은 위 법 규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자리에 장관들이 참석했던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도 정보공개를 청구해봤다. 과기정통부는 ‘정보 부존재’라고 답변했다. 산업부, 기후부, 국토부는 별 의미 없는 자료들만 있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3대 메가프로젝트의 기획·입안과 관련된 자료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관계부처들도 3대 메가프로젝트 입안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은 누가 만들었고, 누가 검토했다는 것인가? 현재 상황은 이재명 정부의 일하는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은 “공공기관은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업무수행을 위하여 업무의 입안 단계부터 종결 단계까지 업무수행의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될 수 있도록 업무 과정에 기반한 기록물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의 입안 과정에 관한 기록물들이 제대로 생산·관리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발표했던 123개 국정과제 중 14번째 과제는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혁신하는 정부’였다. 그리고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기록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중요한 국가적 의사결정과 관련해서 기록을 제대로 남기고 있지 않다면, 스스로 설정했던 국정과제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기록물 관리제도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록물을 무단 파기해왔던 과거 정부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 때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기록물 관리에 관심이 높았던 노무현 대통령 때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기록물 관리제도는 민주정부의 성과이자 정체성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기록물 관리실태에 대해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3대 메가프로젝트 입안 등과 관련해서도, 왜 기록물이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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