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젊은 연구진 "이상보다 현실적 방안을" 선배들 PBS 등 반복 주장에 '제동...

또 AI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좁고 깊은 전문가'보다 '오케스트레이터형 인재'가 핵심 자원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대전 지역에서 산·학·연·관이 원팀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주거·보육·문화 등 정주...

젊은 연구진 "이상보다 현실적 방안을" 선배들 PBS 등 반복 주장에 '제동...

공공과기노조·대덕특구 기자단 토론회

PBS폐지·거버넌스·임무중심R&D 등 질타

과기노조, 정책안 등 과기정통부에 제안할 예정

15일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에서 과학기술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출연연 역할, PBS 후 전력연구사업, 거버넌스 등 기존에 제기됐던 문제를 비롯해 각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과기노조는 이날 나온 내용을 과기정통부와의 간담회에서 제안할 예정이다.[사진= 길애경 기자]

PBS 폐지 이후 과제, 출연연 역할 재정립, 거버넌스 개혁, 임무 중심 R&D 재편 등.

15일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에서 열린 과학기술 정책 토론회에서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이 연이어 각자의 언어로 현재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과 현장의 문제를 진단했다. 부처 간 칸막이, 실행 없는 정책 반복, 역할 정의가 부재한 출연연 등. 중요성에 따라 반복되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그동안 많은 정책 토론회에서 나왔던 진단들이 되풀이됐다.

발표가 마무리되고 플로어 질의 시간이 되자 한 출연연의 선임연구원이 손을 들었다. 그는 각 발표자에게 차례로 같은 방향의 질문을 던졌다. 선임연구원은 "방향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그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고, 절차를 어떻게 해야 임무 중심·목표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이나 전략 분야를 선정할 수 있을지, 또 지역에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실행 방안에 대한 고민을 요구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오는 21일로 제59회가 되는 과학의 날을 맞아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이하 과기노조)과 대덕연구개발특구 기자단이 주최했다. 토론회는 '이재명 정부 과학기술정책 1년, 연구현장의 진단과 제언_ 예산 복원을 넘어 연구 자율의 시대로, 과학기술 강국을 말한다'를 주제로 열렸다.

노환진 전UST교수,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위원, 김민수 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양중식 대전ICT산업협회 회장, 김태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수석연구원, 박희범 지디넷코리아 기자가 발표하고 이종욱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과기노조에 의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초청했으나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 6인 전문가, 각각의 언어로 같은 문제를 진단하다

노환진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에도 과학기술 정책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재명 정부가 과학기술 부총리제 도입과 PBS 폐지를 추진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R&D 투자 확대보다 시스템 혁신이 선행되어야 하며 대학과 출연연의 역할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핵심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연구 과제를 미션 연구·아젠다 연구·기본 연구·전략 연구·협력 연구의 5개 카테고리로 정리해 각각의 재원 구조와 계약 방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정책 전문가 양성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정책 품질 자체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과기부 산하로 이관돼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가 함께 국가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영주 전문위원은 지방 과학기술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 과학기술 예산이 58% 증가하고 지역 자율 계정 비중이 44%로 올라선 것을 평가하면서도, 중앙 주도의 기획·공모·관리 구조가 여전히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출연연이 앞으로 수행해야 할 미션은 기업이 하지 못하는 융합 원천 기술과 지역 솔루션 기술이라는 두 축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PBS 폐지 이후 출연연에 '어떻게 운영하겠느냐'를 묻는 질문조차 제기된 적이 없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지역의 산·학·연·관이 공동 기획과 공동 실증을 통해 지역 산업 과제를 스스로 설계하고 중앙 정부와 협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책임연구원은 임무 중심 R&D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전략연구사업 방식은 외형만 갖춘 채 내용이 없다고 평가했다. 국정과제에서 지역 과학기술과 재난안전이 아젠다로 등장했지만 그 안에 출연연의 역할이나 실행 방법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임무 중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연구기관이 만들어내는 전략을 통합할 수 있는 상위 조직과 정부 부처 간 협력 체계가 동시에 구축돼야 하며, 과학기술자문회의와 혁신본부의 역할을 기획예산처 기능과 통합해 국가 혁신 전체를 다룰 수 있는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좋은 벽돌을 만드는 연구만 하고 있다. 집을 짓기 위한 설계도를 만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비유로 현재의 구조적 공백을 표현했다.

양중식 회장은 이날 유일한 민간 기업인 패널로 참석해 공급자 중심의 기술 이전 구조에 대한문제 제기를 내놓았다. 그는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이 기업에 이전된 후 사업화까지 평균 2년 이상이 소요되는 현실에서, 기업이 연구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는 공동 설계 방식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좁고 깊은 전문가'보다 '오케스트레이터형 인재'가 핵심 자원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대전 지역에서 산·학·연·관이 원팀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주거·보육·문화 등 정주 여건을 포함한 총체적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 수석연구원은 현재 대한민국 R&D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짚었다. 연간 1400개의 사업과 7만 개의 과제가 부처별 칸막이 속에서 병렬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성과 책임은 사실상 공백 상태이며, 98%의 성공률은 평가 기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혁신본부를 '국가과학기술전략처' 수준으로 격상해 실질적인 예산 통제권과 전문 인력을 부여하고, 72개에 달하는 R&D 전문기관을 대거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 연구는 TRL 1~4단계로 한정해 피어리뷰 방식으로 지원하고, 개발 연구는 달파(DARPA)형 미션 중심으로 PM에게 명확한 법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범 기자는 PBS 폐지가 연구 체계와 관리 체계를 동시에 바꿀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정부도 출연연도 그에 걸맞은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출연연이 전략연구사업의 바텀업 기획을 수행할 역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임기 내 남은 기간 동안 그 역량을 키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의 근본적 개편도 요구했다. 그는 "우수한 연구자에게는 연봉 2억~3억 원도 충분히 지급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연구진도 성과를 위해 정해진 시간 이상 근무할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진단은 풍부하지만 실행은?

이종욱 교수를 좌장으로 시작된 패널 토론은 플로어 의견과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참석자는 이 자리의 전문가들이 청와대나 과학기술자문회의 등 정책 결정 공간에서 이런 수준의 논의를 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오늘 발표된 진단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실제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한 선임연구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날 발표된 내용 하나하나에 진지하게 공감을 표하면서도, 각 발표에 대해 동일한 방향의 질문을 던졌다. 고영주 전문위원의 지역 주도 혁신에 대해서는 부처·기관 칸막이와 중앙·지방 예산 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힌 현실에서 지역 주도 혁신을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는지 구체적 법안이나 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김태진 수석연구원의 전문기관 통폐합론에 대해서는 기관마다 감독 부처가 다르고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연착륙을 위한 방법이 있는지 따졌다. 김민수 책임연구원에게는 임무 중심 R&D 전환의 주체가 누구이고 절차가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물었다. 양중식 부장에게는 대전 지역의 산·학·연·관 원팀 생태계 구성에서 지자체와 중앙정부 중 어느 쪽이 주도해야 하는지, 협의체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면 실효성이 있는지 질문했다.

그가 던진 질문은 단지 개인의 궁금증이 아니라, 정책 토론장마다 반복해서 쏟아내는 '진단과 지적'속에서 '실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선배 정책 전문가들에게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글로벌 과학기술계의 빠른 변화에 따른 국내 과학기술계의 실행을 위한 대안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좌장을 맡은 이종욱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경청할 수 있는 기본은 갖추고 있다고 보면서도, 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계속 노력해야 한다"면서 "오늘이 그 첫 장이 아니라, 마지막 장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진단과 대안은 오는 과학의 날 기자회견을 통해 과기노조의 공식 입장으로 정리돼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앞서 최민희 의원, 김현 의원, 황정아 의원, 이주희 의원 이해민 의원이 영상 인사를 보내왔다. 과기노조가 '60회 과학의날'이라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의원들 모두 '60회 과학의날'이라는 메시지를 영상에 담아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