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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쟁·환율·반도체 사이클의 충돌…"상고하저·박스권 장세 대비해야"

올들어 외국인 순매도는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두 종목은 전형적인 경기순환 산업인 반도체 업종에 속해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전쟁·환율·반도체 사이클의 충돌…"상고하저·박스권 장세 대비해야"

[고재학의 경제이슈 분석]

강관우 “중동전∙고환율에 외국인 이탈 국면…리스크 관리해야”

'뉴스에 팔리는' 삼전…"성장성 좋은 조선∙방산∙우주항공주 ‘고평가’ 부담"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과 고환율, 반도체 업황에 대한 미묘한 변화가 겹치며 국내 증시가 거센 변동성에 휩싸였다. 3월 한 달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약 3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를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내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한국 증시의 강세를 예측했던  'K-증시혁명'의 저자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는 “지금은 단순 조정이 아니라 수급·사이클·거시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국면”이라며 “외국인 시각과 반도체 사이클을 함께 봐야 시장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동전 휴전에 따른 단기 반등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박스권 속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진단이다.

Q.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심하다.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의 배경은 무엇인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동 전쟁의 영향을 일부 받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 특성이다. 한국은 주가 민감도가 매우 높은 ‘고(高)베타 시장’이다. 외국인 입장에선 글로벌 리스크가 커질 때 가장 먼저 투자금을 회수하기 좋은 시장이 바로 한국이다. 또 하나는 매도 종목을 잘 봐야 한다. 올들어 외국인 순매도는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두 종목은 전형적인 경기순환 산업인 반도체 업종에 속해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누적돼 있었다. 미국 빅테크가 먼저 조정을 받으면서 한국에서도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하게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시가총액 비중이 절대적인 두 종목에 매도가 몰리면서 지수가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에서 두 종목 비중이 40%를 넘기 때문에 한국 증시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최근 역대급 1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외국인들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Q. 환율 상승이 외국인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 아닌가.

“그렇다. 지금은 주식과 환율이 서로 영향을 주는 악순환 구조다. 외국인이 2월과 3월에 걸쳐 50조원 넘게 순매도했는데, 이 자금을 회수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한다. 그 자체로 환율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더욱이 전쟁 상황에서는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강세가 나타난다. 원화를 포함한 다른 통화는 약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에겐 통화약세 국가에서 투자하는 것이 불리하므로 추가 매도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Q. 중동 전쟁이 끝나면 외국인 수급도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지만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반드시 함께 봐야 할 것이 반도체 가격 흐름이다. 최근 현물 시장에서 DDR4, DDR5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현물 가격은 통상 2~3개월 후 고정 거래가격에 영향을 준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현물 가격이 떨어지는데 고정 가격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반도체 가격이 일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미세하지만 처음으로 하향 조정됐다. 따라서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외국인이 바로 돌아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업황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 수급 회복은 지연될 수 있다.”

Q. 개인 투자자들은 지금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있는데.

“중기적으로 보면 이미 고점이 형성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향후 3~6개월은 박스권 흐름을 예상한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물량을 줄였고, 매수 전환 신호도 아직 없다. 특히 반도체처럼 순환성이 큰 업종은 PER(주가수익비율) 해석을 잘해야 한다. 이익이 늘어나기 전에는 PER이 높고, 이익이 최고일 때는 오히려 PER이 낮아진다. 예컨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과거 PER 12배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실적이 크게 개선된 현재는 오히려 4~5배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럼에도 주가는 단기간에 크게 하락했다. 이는 시장이 ‘현재 실적’이 아니라 ‘미래 둔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더라도 ‘뉴스에 팔리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Q.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외국인이 일부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코스닥 관련 ETF 출시와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대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코스닥은 구조적으로 변동성이 매우 크고 신뢰도가 낮은 시장이다. 실제로 시가총액 1위 기업이 하루 만에 30% 하락하는 사례가 나왔다. 이는 시장의 변동성과 리스크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코스피 대형주 조정과 함께 IT 소부장, 바이오 업종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Q. 고물가와 시장금리 오름세를 고려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분히 현실적인 우려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고, 그 중 상당 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다. 전쟁으로 에너지 인프라가 많이 훼손됐고 복구에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담까지 더해지면 비용 상승 요인이 전반적으로 확대된다. 이 경우 기업 매출은 줄고 비용은 늘어나며, 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용까지 증가하게 된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다.”

Q. 외국인의 추가 매도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여전히 존재한다. 외국인은 한국을 독립 시장이 아니라 MSCI 이머징 마켓 내 하나의 구성 요소로 본다. 최근 한국 증시 수익률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줄이고 다른 국가로 자금을 재배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고유가∙고물가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지고 유동성이 축소되는 환경에선 이미 많이 오른 자산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런 점에서 4~5월에도 추가적인 비중 조절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Q. 외국인 비중 축소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는 어디에 눈을 돌려야 하나.

“중소형주나 조선·방산·우주항공처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업종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장기 성적을 보면 성장성이 좋아 보이는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 관련주도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다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중동 전쟁 이슈로 급등한 LIG넥스원은 PER이 무려 80배 수준으로, 한국 평균 PER 8~9배 대비 과도하게 높다. 미국 주식도 보통 20배 언저리인데, 80배는 고평가로 볼 수밖에 없다. 남보다 먼저 매수한 사람들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얘기하지만, 뒤따르는 투자자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격과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50~60대 투자자는 차라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대표 대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삼성전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1등 기업이다. 일정한 주기로 분할 투자하는 방식이 장기적 안정성과 수익률 확보에 유리하다.”

고재학

은 한국일보에서 33년간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2024년  6월 뉴스버스에 공동대표로 합류했다가 2025년 5월부터 고문으로 물러나 경제평론가로 활동하며  칼럼 등을 기고하고,  뉴스버스TV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정리해주는 ‘고재학의 경제버스’를 진행한다.  스테디셀러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비롯해 <절벽사회>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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