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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미래와 미래의 전쟁 [세상읽기]
2026-07-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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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러시아 석유 생산업체 가스프롬네프트의 정유소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고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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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쟁사는 두 종류의 실패를 경고해 왔다. 하나는 과거 전쟁의 기억에 갇혀 새로운 전쟁의 양상을 읽지 못한 실패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에 사로잡힌 프랑스는 1940년 독일의 기갑·항공 결합 기동전에 무너졌다. 전함이 해전의 중심이라는 믿음에 머물렀던 영국 역시 일본 항공력의 위력을 뒤늦게 체감해야 했다. 이는 군사기술 혁신과 작전 개념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전쟁의 미래’를 놓친 사례들이다. 다른 하나는 같은 시대의 전쟁이라도 전장 환경의 차이를 읽지 못해 실패한 경우다.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은 정밀타격과 기동전의 위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러나 그 승리의 공식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았다. 산악지대의 대반란전과 장기 점령하의 정치전은 전혀 다른 성격의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혁신이 불러오는 ‘전쟁의 미래’를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특정 전장 환경에서 벌어질 ‘미래의 전쟁’을 놓치지 말아야 함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의 여러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드론은 전차를 멈춰 세우고 보급로와 핵심 인프라를 파괴하며 전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상업용 위성과 클라우드가 군사작전에 활용되는 등 민간 디지털 인프라가 전쟁 수행 체계로 작동하고 있다. 다른 한편 첨단기술 일변도의 단기 결정전이 아니라, 대규모 포병 소모전의 부활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 소모전에 대비한 탄약 비축, 대량생산 능력, 군수산업 동원 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장기전을 감당해낼 수 있는 총력전 대비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AI) 기반 전쟁, 드론 전쟁, 저가 정밀타격과 대량 소모의 결합이라는 흐름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대전의 현실이다. 한국군 역시 거대 플랫폼 중심의 군사력 건설에서 벗어나 현대전이 요구하는 변화에 적응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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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대전 담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한반도 전장 환경을 반영한 추가적 고민과 재해석이다. 한반도는 우크라이나와 전혀 다른 전장이다. 영토는 좁고 전략 종심(전방에서 후방까지의 거리)은 짧다. 넓은 평원과 깊은 후방을 가진 우크라이나와 달리 전후방 경계가 지켜지기 어렵다.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주요 군사기지는 물론 항만과 공항, 에너지·통신 인프라가 동시에 타격권에 들어갈 것이다. 따라서 장기 소모전에 필요한 탄약 비축과 산업동원 능력도 중요하지만, 전쟁 초기 국가 기능과 군사작전의 핵심 기반을 지켜낼 수 있느냐가 더 절실한 문제일 수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전쟁은 핵전쟁의 그림자 아래에서 진행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이 있지만, 이는 나토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한 억제 성격이 강하다. 재래식 군사력이 우위에 있는 러시아로서는 핵 금기를 깨는 모험을 감행할 절박함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한·미 연합전력에 비해 재래식 군사력이 열세에 있기 때문에 전황이 암울하거나 체제 생존이 위협받을 경우 핵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은 실제로 전술핵을 통한 핵전쟁 수행 능력을 키워가고 있으며, 이를 핵 무력의 ‘작전적 사명’으로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전쟁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무제한적인 총력전이 아니라, 수용 가능한 위험을 계산하며 전쟁 목표와 수행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제한전쟁’(limited war)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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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짧은 종심, 수도권 밀집, 그리고 북한의 낮은 핵 사용 문턱 때문에 훨씬 더 압축적이고 파괴적이며 통제 불가능한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에이아이 기반 스마트 전쟁, 압도적 화력, 장기전을 버틸 수 있는 전쟁 지속 능력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한반도에서는 국가 총력전의 준비만큼이나, 전쟁 자체의 예방과 유사시 핵전쟁 방지 노력이 절체절명의 국가적 과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전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전쟁의 미래’에 대비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반도라는 조건 위에서 벌어질 ‘미래의 전쟁’을 점검해 보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작업에는 평시의 긴장 완화 노력, 국지적 충돌의 전면전 비화를 막는 위기관리와 억제 태세, 그리고 최악의 경우 핵전쟁 참화를 차단하는 ‘전쟁 중 억제’(intra-war deterrence) 전략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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