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사이클’ 수출 호조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비관적’
1분기 한국 경제가 1.7% 깜짝 성장했다. 중동발 악재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투자·내수 회복이 성장세를 견인했다. 다만 반도체 업종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이른바 ‘K자형 성장’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의 여파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성장률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1.7%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월 한은이 제시했던 전망치(0.9%)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한국의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0.2%에서 2분기 0.7%, 3분기 1.3%로 개선되다 4분기 -0.2%로 역성장했지만 올해 1분기 급반등을 이뤄냈다. 1.7% 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상승했다.
성장의 동력은 수출이었다.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5.1% 증가했다. 2020년 3분기(14.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한은은 반도체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를 약 55% 정도로 추산했다. 1분기 성장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영향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1.1%를 기록하며 내수(0.6%)를 압도했다. 내수 경기의 핵심인 서비스업(0.4%)과 민간소비(0.5%)의 성장 기여도는 제한적이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7.5%를 기록했다. 1988년 1분기(8.0%) 이후 최고치다. 그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 구매력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수출 이외에도 그동안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 온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각각 4.8%, 2.8% 증가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투자가, 건설투자는 반도체 공장 증설이 회복세를 이끌었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업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동 전쟁의 여파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점도 악재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민간소비 저하와 원자재가격 상승이 맞물리면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유가 상승에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면서 실제 소비심리는 ‘비관’으로 바뀌었다. 한은이 공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7.8포인트 하락한 99.2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다. 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얘기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중동 사태의 영향은 4월부터 나타날 것”이라며 “유가의 부정적 요인과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발생하는 긍정 요인 중 어느 쪽이 클지에 따라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던 1분기와 달리 2분기 한국경제는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재정경제부는 “2분기 성장률은 중동 전쟁 영향 본격화 등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추가경정예산 신속 집행, 중동 관련 추가 대책 등 중동 전쟁의 경기 영향을 완충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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