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김성아 전주시장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전 전북도민일보 기자)이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JTV 갈무리
전북 지역 일간지 정치부장이 지방선거 이후에도 정치 기사를 쓰다가 전주시장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을 시작해 논란이다. 권력을 감시하던 기자가 최소한의 유예기간 없이 정치권으로 가면서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북도민일보 정치행정부장, 정치권 직행
언론사→캠프→언론사→인수위 대변인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김성아 대변인은 6·3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인 지난 8일까지 전북도민일보 지면기사에 이름을 올렸는데 3일 뒤인 지난 11일 인수위 대변인 자격으로 전주시청 기자회견에 나섰다. 조지훈 전주시장 당선인은 지난 9일 시장직 인수위를 구성했다.
2011년부터 10여년간 전북중앙 기자를 지낸 김 대변인은 4년 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조 당선인(당시 전주시장 후보)을 도운 경험이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2021년 하반기, 전북중앙을 그만두고 조지훈 후보 선거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조 후보가 낙선하자 김 대변인은 같은해 말 전북도민일보 기자로 입사했다.
김 대변인은 전북도민일보 정치행정부장을 맡아 정치·행정 분야 관련 기사, 특히 조지훈 전주시장 후보(현 당선인)에 대한 기사도 썼다. 한 예로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3월15일 <조지훈 전주시장 예비후보, 멈춘 전주를 다시 뛰게 설계하고 바꿀 ‘정책 멘토단’ 출범>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도의회 기자단 시절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도
과거 김 대변인이 전북도의회 출입기자단에 속했을 때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4년 7월10일 전북에 내린 폭우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전북 국회의원과 도의원, 전북도의회 기자단이 술자리 회식을 했는데 1인당 식사 값이 3만 원을 초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과 전주시민회는 성명을 내고 기자단과 정치인의 낮은 재난 감수성,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 등을 비판했다.
▲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 등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2024년 7월25일 전북경찰청에 ‘술자리 간담회’ 참석자 14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모습. 사진=전북민언련
시민단체,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 윤리 위배 비판
관련해 전북민언련은 12일 “(김 대변인은) 전형적인 폴리널리스트 현상을 보여준다”며 “직전까지 권력을 감시하던 언론인이 별도의 숙려기간 없이 권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로 이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민언련은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언론윤리 분석에 따르면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은 언론의 제도적 독립성을 훼손하고 전문직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라고도 했다.
이준웅 교수는 2018년 1월29일 페이스북에 “한국 언론은 여러 문제를 갖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최악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라며 “어제까지 기자 옷을 입고 권력에 질문하던 자가 오늘 옷을 바꿔 입고 권력의 편에서 답변한다”고 썼다.
전북민언련은 “어제까지 권력에 질문하던 기자가 오늘 권력의 편에서 답변하게 되면 그가 과거에 작성한 기사들의 공정성마저 의심받게 되며 이는 언론계 전반의 신뢰 하락으로 직결된다”며 “언론계 내부에서도 언론인이 정계로 진출할 때 최소한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전북기자협회의 경우 폴리널리스트 규정까지 마련했으나 실효성 있는 제재 효과를 가져오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아 대변인 입장은?
김 대변인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치권 직행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는데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일 수 있고 오래된 저의 소신을 잘 모르면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조 당선인과는 어떤 인연으로 인수위 대변인을 맡았을까. 김 대변인은 “나도 꽤 오래 기자생활을 했고 시장 당선인께서도 4선 시의원을 했는데 10여년 전 시의회 의장을 할 때부터 오래 봐왔다”며 “개인적 친분보다는 기자 대 정치인으로 볼 때 누구보다 전주를 잘 이끌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당선인은 4선 전주시의원과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을 지냈고 3수 끝에 전주시장에 당선됐다.
▲ 김성아 대변인이 근무하던 전북도민일보는 김 대변인의 11일자 기자회견 내용을 12일자 지면에 보도했지만 김 대변인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2년 전 술자리 논란에 대해 김 대변인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북은 소외현상도 있고 국회의원 수가 많지 않아 의원들과 소통을 (자주) 해야 한다”며 “전북은 민주당이 강세인데 민주당이 기자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국회의원실에서도 수용해서 (기자들과) 한번 보자고 했는데 공교롭게 문제가 됐다”고 했다. 이어 “단체 생활(출입기자단)을 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거의 빠짐없이 갔던 것”이라며 “전체적인 분위기상 그랬지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전북 지역언론계 분위기는?
전북 지역언론계에선 기자의 정치권행을 비판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지역일간지들 임금이 매우 적기 때문에 폴리널리스트를 비판할 수 없다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2021년 12월24일자 아시아경제 <지선 앞둔 전북 정가에 기자 출신 ‘상한가’>란 기사의 부제는 “도지사·전주시장 등 후보군 기자 영입 줄이어…일부 후보는 ‘구인난’ 호소”다. 해당 기사에서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대변인이 전북중앙 기자를 그만두고 조지훈 선거캠프에 간 사실을 비롯해 전북지역 선거 캠프에 들어간 기자 출신 인사를 총정리했지만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진 않는다. 아시아경제는 “내년 지방선거 후보들 사이에서 기자 출신이 선호되는 이유는 공보 책임자로서 대외 활동 반경이 넓은데다 빠른 상황 판단과 순발력 등이 인정받기 때문”이라며 “지역언론과의 유기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상한가’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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