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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특허에서 길을 찾다

그 결과 오늘날 메모리 반도체, 첨단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일부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이미 선도국으로서의 저력을 훌륭히 입증해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인칼럼] 특허에서 길을 찾다

윤병수 한국특허전략개발원 원장

최근 정부는 제13회, 제14회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를 통해 각각 '제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24-28)' '26년 시행계획'과, '국가 전략기술 체계 고도화 방향(안)'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1일 의결된 '범부처 기술관리체계 정비 및 협업 강화 방향(안)'에서는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4개 법령 총 513개 기술을 대상으로 19개 공통 기술 분야를 도출해 협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올해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에 작년 대비 30% 증가한 8조 6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46.6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까지 공급하기로 하는 등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의 기술 주권을 굳건히 지키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천명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추격하는 전략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 결과 오늘날 메모리 반도체, 첨단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일부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이미 선도국으로서의 저력을 훌륭히 입증해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전략기술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여전히 다수의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국을 뒤쫓는 팔로워의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우주항공, 양자, 첨단 바이오 등 아직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자 승자독식의 룰이 지배하는 이 치열한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부 주력 산업에 국한된 성공을 넘어 국가전략기술 전 분야에 걸쳐 시장과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는 진정한 '퍼스트 무버'로 확실하게 전환해야만 한다.

이러한 도약을 위해 정부가 결단한 대규모 집중 투자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 선도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서 무조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땀 흘려 개발한 핵심 기술이 경쟁국의 촘촘한 특허망에 걸려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값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기술 주권 확보와 국가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도적인 연구개발과 더불어 정교한 '특허 전략'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특허는 단순한 독점적 권리의 증표를 넘어, 전 세계 기술의 진보 흐름과 경쟁국의 전략을 가장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방대한 '기술 빅데이터'다.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미래유망기술 후보군 중에서 어떤 기술이 진정으로 유망한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어느 분야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파고들 수 있는 기술적 공백은 어디인지를 특허 분석을 통해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분야는 기술의 수명 주기가 짧고 국가 간 견제가 극심해지고 있어 연구개발 기획의 출발점부터 강력한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이른바 'IP-R&D' 전략이 철저하게 적용돼야 한다. 경쟁사가 아직 선점하지 않은 핵심 원천 특허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 표준을 주도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가전략기술 생태계의 대대적인 정비와 전폭적인 예산 투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러한 정책적 동력이 실질적인 국가 기술경쟁력의 도약이라는 결실로 이어지려면, 뜨거운 연구 현장에 '특허'라는 가장 날카롭고 강력한 무기를 쥐여줘야 한다. 특허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치밀하고 거시적인 전략이 뒷받침될 때 대한민국은 일부 분야의 선도국을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진정한 퍼스트 무버이자 대체 불가의 기술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윤병수 한국특허전략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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