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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문기자 칼럼] 성과급 두더지 게임

그래서 글로벌 테크 기업은 현금 성과급보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주식 기반 보상 제도를 활용한다. 회사 가치가 오르면 직원 보상도 함께 커진다. 주주와 직원의 이해관계가 같아진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전문기자 칼럼] 성과급 두더지 게임

SK하이닉스가 지난해 9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기로 했다. 아무도 몰랐던 두더지 게임이 그렇게 시작됐다.

옆 회사인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달라면서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 큰 새로운 두더지를 잡느라 연일 망치를 휘두르는 게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다른 두더지들도 줄지어 올라오는 중이다. 카카오, LG유플러스, 현대차,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리얼미터가 4월 27~28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 계획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17일 플랫폼 회원 대상 긴급투표에서 응답자 662명 중 95%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구조적 저평가 요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예상 성과급 규모는 웬만한 상장사 대표이사 보수를 웃도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내에서도 신임 임원의 성과급이 부장급보다 적게 받게 되는 역전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임원과 직원의 보수 규정과 성과급 산정 체계가 별도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노사 합의는 슈퍼사이클 메모리 호황의 결과를 직원과 나누겠다는 그룹 슬로건 '행복'의 제도화였을 것이다. 영업이익 10%와 상한 폐지를 합의할 시점에, 이렇게 막대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 제도가 한국 자본시장 전체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심정도 이해는 간다. 옆 회사 직원이 1인당 수억원을 받고 내년에는 10억원대 성과급을 받는다는데 가만히 있기 힘들었을 것이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로 다가오자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X에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다"고 적었다. 그간 노동권을 강조해온 정부가 기업경영권과 주주권을 함께 언급한 것은 그 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자본을 댄 자가 이익도 위험도 떠안는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는 이 원리를 거스른다. 위험은 주주가 떠안고 보상은 직원이 자동으로 가져가는 비대칭의 구조다. 2023년 삼성전자 DS부문은 14조 9000억원 적자를 냈다. 같은 해 SK하이닉스도 영업적자가 7조7303억원에 달했다. 그 손실에 대해 노조가 분담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분담하지 않을 것이다.

법원은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에 연동되는 사기업 경영성과급을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임금이 아니라 이익 배분에 가깝다면 문제는 노동법을 넘어 회사법으로 옮겨간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매년 직원 몫으로 자동 떼어내는 단체협약은 주주가 가진 이익처분 권한과 충돌한다. 이사회가 단독으로 결정할 영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글로벌 테크 기업은 현금 성과급보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주식 기반 보상 제도를 활용한다. 회사 가치가 오르면 직원 보상도 함께 커진다. 주주와 직원의 이해관계가 같아진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21일 삼성전자 파업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두더지 한 마리를 잡는 것에 불과하다. 힘으로 눌러 잡았다고 한들 그 회사 조직 분위기가 제대로 유지되긴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이 게임을 끝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 노사 합의는 이미 체결됐고, 그 합의는 다른 기업 노조의 기준점이 됐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을 막아도 다른 두더지들이 계속 머리를 내밀 것이다.

한주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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