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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력 터빈 없고 헬륨은 끊기고…반도체 클러스터 공급망 쇼크"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첨단 산업 경쟁력이... 이에 따라 전력과 원자재라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반이 동시에 약화되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력 터빈 없고 헬륨은 끊기고…반도체 클러스터 공급망 쇼크"

AI·반도체 전력 수요 폭증…LNG 발전소 4.3GW 공백 현실화

가스터빈 확보 차질…16개 사업 중 6개, 용량 3.4GW 직접 타격

헬륨 공급 14% 급감 예고…LNG 설비 손상·지정학 리스크 연동

글로벌 터빈 수급 불균형·최저가 입찰제 충돌…전기료 인상 전망

전력 터빈·헬륨. 사진= 챗지피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첨단 산업 경쟁력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지적됐다.

발전용 가스터빈 확보 차질과 중동 지역 전쟁 여파로 핵심 원자재인 헬륨 공급망까지 흔들리면서 전력과 원자재 수급이 동시에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증설이 가스터빈 수급난으로 지연되고 있는 데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LNG 생산 과정에서 확보되는 헬륨 공급마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력과 원자재라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반이 동시에 약화되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 같은 복합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은 물론 국가 경쟁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멈춰선 LNG 전환 사업…4.3GW 전력 공백에 반도체 클러스터 비상

27일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으로 향후 최대 22GW(기가와트)에 달하는 추가 전력 수요가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LNG 발전소 건설은 핵심 주기기인 가스터빈 확보 차질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이는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발전 설비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5사(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로부터 제출받은 'LNG 전환 사업별 가스터빈 확보 현황'을 보면 추진 중인 16개 사업 중 37.5%에 달하는 6개 사업이 가스터빈을 확보하지 못했다.

발전 용량 기준으로 보면 전체 9.5GW 중 3.4GW 분량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으며 노후 발전소 현대화 사업까지 포함하면 총 4.3GW가 부족한 상태이다.

이는 대형 원자력발전소 3기 발전량과 맞먹는 규모로 알려졌다.

특히 동서발전이 ▲신호남복합(2030년 5월) ▲울산신복합(2031년 1월) ▲용인복합(2030년 9월) 등 준공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가스터빈 수급 불확실성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 헬륨 공급 14% 급감 예고…가스터빈과 헬륨의 공통 분모 LNG

에너지 설비 부족에 이어 반도체 공정의 핵심 원자재인 헬륨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헬륨은 LNG를 액화하는 과정에서 분리·추출되는 희귀 부산물로 LNG 생산 시설이 파괴되면 헬륨 공급 역시 물리적으로 중단되는 구조로 알려졌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QE)은 최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라스라판 LNG 생산 시설이 파괴됨에 따라 한국 등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설비 손상 등 예측·통제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된 물량을 기한 내 공급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면제해주는 조항이다.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에 대해 LNG 공급 계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뜻한다.

이번 공격으로 카타르 전체 LNG 수출 역량의 17%가 손실됐으며 그 여파로 LNG의 핵심 부산물인 헬륨 생산량 또한 즉각적으로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공정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필수 가스로 꼽힌다.

업계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돼 헬륨 재고가 소진될 경우 국내 주요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이른바 단일 실패 지점(Single-point-of-failure)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북미 집중하는 빅3와 국내 '최저가 입찰제'의 치명적 엇박자

국내 발전사들의 터빈 확보 실패는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의 슈퍼사이클(초호황)과 국내의 경직된 제도적 한계가 맞물린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GE버노바(미국), 지멘스에너지(독일), 미쓰비시중공업(일본) 등 글로벌 빅3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붐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한 북미 시장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3년 치 물량(약 80GW) 예약이 완료된 판매자 우위 시장을 맞이해 공급 단가를 대폭 올리고 있다.

반면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가의 감사를 받는 국내 발전 5사는 규정상 최저가 입찰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제조사들은 단가를 낮춰가며 까다로운 한국 입찰에 참여할 유인이 줄어든 데다 국내 발전사들이 제시하는 예비 가격은 글로벌 시세를 크게 밑돌아 협상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한 사업은 예비 가격이 너무 낮아 단 한 곳의 기업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A 기업이 대응하고 있으나 연간 생산 능력이 8기로 한정돼 있어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 에너지 안보 붕괴와 전기료 인상…2040 탈석탄 로드맵 차질

이러한 복합 위기는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와 민생 경제에 동시다발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LNG 가격 지표인 LNG 일본·한국 마커(JKM)는 24일 기준 100만 BTU(영국 열량단위)당 20.68달러를 기록해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10.70달러) 대비 약 두 배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단기적인 수급은 가능하지만 하반기 이후 발전 단가 상승에 따른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은 높은 상태로 분석됐다.

정치권의 비판도 거세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는 "에너지 수급 차질로 인한 물가 폭등은 민생을 망치는 일"이라며 정부의 늦은 대응을 질타했다.

또 석탄 발전 40기를 2040년까지 폐쇄하려던 이재명 정부의 '탈석탄 계획'은 가스터빈 부족으로 인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풀이됐다.

업계는 가스터빈 공급 부족을 국가적 이슈로 규정하고 민관이 원팀을 이뤄 글로벌 제조사 및 해당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에 나서는 한편 현실적인 단가 반영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터빈 수급 차질과 헬륨 부족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전력과 원자재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라며 "LNG 생산에 연동된 공급 구조 의존도가 높은 점이 리스크를 키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비축 확대와 도입선 다변화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현실화와 조달 방식 개선을 통해 공급망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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