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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남 양식업 왕좌, 제주가 넘본다

또한 전남도는 고흥에 'AI 스마트 수산업 혁신 선도지구'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스마트 양식 전환을 동시에 꾀하는 방향이다. 이번 통계에서 전남의 희망 신호도 있다. 입식 마릿수가 전년...

전남 양식업 왕좌, 제주가 넘본다

전남의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고수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액화산소를 공급하는 모습. 전남도 제공

전남이 국내 어류양식 생산량 1위 자리를 지켰지만, 그 격차가 사실상 허물어졌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어류양식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의 생산량은 2만 7325톤으로, 제주(2만 7227톤)와의 차이가 불과 98톤에 그쳤다. 1년 전만 해도 2500톤이 넘던 격차가 한 해 만에 거의 사라진 것이다. 숫자 뒤에 전남 양식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지역의 방향은 정반대였다. 전남 생산량은 전년(2만 7502톤) 대비 0.6% 줄었고, 경남도 5.1% 감소했다. 반면 제주는 8.9%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생산금액 증가율에서도 제주는 18.3%를 기록해 전남(8.3%), 경남(7.0%)을 크게 앞섰다.

격차가 이토록 빠르게 좁혀진 핵심 배경은 양식 방식의 차이다. 제주는 265개 경영체 중 264개가 육상수조식으로 운영된다. 바다 온도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구조다. 반면 전남은 해상가두리 양식이 중심으로, 고수온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25년 고수온 특보 발령일은 85일로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2021년 47일이었던 것이 5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다. 전남 남해안은 고수온의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받는 해역이다.

그 결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전남의 먹이를 준 양은 15만 7183톤으로 전년(17만 8015톤) 대비 1만 1000 톤 이상 감소했는데, 어류 절식 조치 등 고수온 대응 과정에서 사육 관리 자체가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국 시도 중 고수온으로 인한 먹이 감소량이 경남(-1만 4000톤) 다음으로 전남(-1만 1000톤)이 두 번째로 컸다는 점은 전남 양식업이 고수온 리스크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고수온에 취약한 조피볼락(우럭) 생산량이 5400톤에서 4100톤으로 1300톤 줄었는데, 이는 전국 조피볼락 감소량(2648톤)의 절반에 해당한다.

경영체 수 감소도 전남에 집중됐다. 전남의 어류양식 경영체 수는 490개에서 463개로 27개(5.5%) 줄었다. 전국 전체 감소분(-27개)이 사실상 전남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다른 지역이 현상 유지 혹은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감소의 대부분은 해상가두리 양식 경영체에서 나왔다. 전남의 해상가두리 경영체는 294개에서 268개로 26개 줄었다. 소규모 해상가두리 양식장들이 고수온 피해와 경영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은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육상수조식과 축제식 경영체 수는 소폭이나마 유지되거나 늘었다.

종사자 수도 1734명에서 1675명으로 59명(3.4%) 감소했다. 특히 경영주의 가족이나 친인척이 임금 없이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가 343명에서 258명으로 85명이나 줄어, 전통적인 가족 경영 양식장의 퇴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위기감은 현장에서 먼저 감지됐다. 전남 여수시는 매년 반복되는 고수온 피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아열대성 어류 ‘벤자리’ 시험양식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벤자리는 28~32℃의 수온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어종이다. 여수시는 지난해 10월 거문도 해역 가두리에 1만 마리를 시험 입식했고, 한 달간 모니터링 결과 먹이 섭취와 성장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남도는 고흥에 ‘AI 스마트 수산업 혁신 선도지구’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스마트 양식 전환을 동시에 꾀하는 방향이다.

이번 통계에서 전남의 희망 신호도 있다. 입식 마릿수가 전년 대비 23.9% 급증했고, 육상수조식 양식 면적도 4만㎡가량 늘었다. 어업인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구조 전환에는 시간이 걸린다. 당장 올여름 고수온 시즌이 또 돌아온다. 기상청은 올해도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8톤 차이로 지켜낸 1위는, 다음 통계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

전남 어류양식의 위기는 단순한 생산량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다져온 해상가두리 양식 생태계가 기후변화라는 외부 충격 앞에서 근본적인 체질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통계는 그 변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말하고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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