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촌 현실 못 담는 고령자복지주택…“도시형 평가 기준부터 바꿔야”
생활인프라 부족할수록 정부 공모서 되레 불리
소규모 단지는 공용관리비 부담도 ‘눈덩이’
KREI, “농촌형 평가기준 마련·공급 확대해야”
2026년 08월 18일(화) 18:00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전남지역 등 농촌 고령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추진되는 ‘고령자복지주택’이 정작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정부 공모·운영 기준으로 사업 확대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에 공급하는 주택인데도 도시 중심의 평가 지표를 적용하면서 주거 여건이 열악해 사업이 더 절실한 지역일수록 공모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규모 단지의 경우 높은 공용관리비가 입주 노인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농촌형 평가 기준과 운영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공급 물량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표한 ‘농촌 노인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고령자복지주택 정책의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의 노후주택 비율은 31.9%로 도시(27.0%)보다 4.9%포인트 높았다.
빈집 비율 역시 농촌이 13.3%로 도시(6.6%)의 두 배를 웃돌았다. 노후주택은 단열 등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기름보일러 등을 사용하는 가구도 많아 난방비 부담까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열악한 주거환경은 농촌의 가파른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노인 주거복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행정통합 전 전남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지난 6월 기준 52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9.1%에 달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읍·면 지역 고령인구는 35만2000여명으로 고령화율이 33.8%까지 치솟았다.
올 상반기 광주사회서비스원이 발간한 자료에서도 전남광주시 통합 권역의 노인부양비는 34.9명으로 전국 평균 29.3명을 웃돌았다. 생산연령인구가 감당해야 할 노인 부양 부담이 전국 평균보다 무거운 데다 농어촌을 중심으로 돌봄 공백 우려도 커지면서 고령자가 살던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 기반 확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고령층의 이동 편의를 고려한 무장애 설계 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을 결합한 ‘고령자복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주거와 복지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제공해 고령자가 기존 생활권을 떠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사업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KREI에 따르면 고령자복지주택에 입주한 농촌 노인의 낙상 경험률은 입주 이후 8.1%포인트 감소하는 등 주거 안전성과 복지 만족도 측면에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문제는 현재 사업의 선정과 운영 방식이 농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농촌에 공급되는 고령자복지주택이 신규 건설형에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소규모 단지의 관리비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입주 가구 수가 적을수록 시설 유지·관리 등에 들어가는 공용 비용을 나눠 부담할 세대가 줄어 저소득 고령층에게 관리비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공모 평가 방식도 개선 과제로 지목됐다. 고령자복지주택은 농촌 고령자의 주거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임에도 사업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는 생활편의시설 접근성 등 도시지역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표가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과 상업시설, 대중교통 등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지역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고령자 주거복지시설이 더 절실한 낙후 농촌지역이 오히려 사업 선정에서 불리해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REI는 고령자가 살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정책 목표로 삼아 현행 고령자복지주택 제도를 농촌 실정에 맞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주택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사와 돌봄, 보건·의료 등 생활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농촌지역의 고령자 복지 거점으로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도시 중심의 정부 공모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농촌의 인구 규모와 생활권, 의료·교통 여건 등을 반영한 별도의 평가 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저층형·세대통합형 등 농촌 특성에 맞는 다양한 주거 모델을 도입하고, 소규모 단지의 관리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운영비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KREI는 “제도 개선과 함께 고령자복지주택 공급 자체를 확대할 필요성이 크다”며 “고령자복지주택을 단순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주거·돌봄·의료를 연결하는 농촌 생활복지의 핵심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영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