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모가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는 생성형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인프라 경쟁에 한창이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수백조 원을 투입해 거대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아 네이버의 ‘각 세종’ 데이터센터는 20만~30만 가구가 사용하는 27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소모하며, 2030년까지 한국 데이터센터에만 약 3~4기가와트(G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AI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점이다. 일반 구글 검색과 비교했을 때 챗GPT 쿼리 한 번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최소 10배 이상이며, 2030년이면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가구 전력 소비량의 8%를 차지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이처럼 AI 산업은 천문학적인 자본과 에너지를 전제로 하는 ‘규모의 경제’ 싸움으로 변질되었으며, 이 거대한 전력 갈증을 해결할 ‘구원투수’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거론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크기를 줄인 300MW급 이하 소형 원자로를 말하는데, 최근 트럼프 정부와 빅테크 거물들의 후원 속에 부활의 신호탄을 쐈으나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시기 적절성이다. AI 기업들은 ‘지금 당장’ 전력이 필요하지만, SMR은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10~15년이 걸려 2030년대 초반에야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심지어 주식 시장에서는 AI 투자가 천문학적인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오픈AI 등 주요 기업은 수조 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며, 만약 조만간 투자 열기가 식는다면 10년 뒤 완공될 SMR은 축제가 끝난 뒤 세워진 유물이 될 위험이 크다.
경제성 측면에서 SMR은 대형 원자로 대비 생산 단가가 2~3배 높으며, 대량 생산 체계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비용 경쟁력을 전혀 보장할 수 없다. 이는 막대한 투자 회수 압박을 받는 AI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상용화 및 안전성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노형이 드물어 기술적 완성도 검증이 부족하며, 방사성 폐기물 처리와 소형 노심의 냉각 계통 신뢰성 등 원전 특유의 잠재적 위험 요소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결국 AI 에너지 문제의 진정한 해법은 SMR이라는 불확실한 환상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저장장치(BESS)의 조합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배터리 가격은 급락하고 설치량은 급증하며 가스 발전보다 저렴한 수준에 도달했다. 독일과 아일랜드처럼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법으로 규제하고,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분산 배치하는 ‘지산지소’ 전략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AI의 화려한 외형 뒤에 숨겨진 에너지의 물리적 한계를 직시하고 디지털 절제를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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