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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저탄소 철강 전환, 수소경제 수요 기반 좌우

17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이하 K-스틸법)이 시행되면서 저탄소철강 인증제와 저탄소철강 특구 제도 등 철강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저탄소 철강 전환, 수소경제 수요 기반 좌우

[환경일보] 17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이하 K-스틸법)이 시행되면서 저탄소철강 인증제와 저탄소철강 특구 제도 등 철강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실제 전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철강사의 설비 투자와 생산구조 변화가 뒤따라야 하며, 이를 점검할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16일 발간한 보고서 ‘철강 전환, 포트폴리오의 위험과 기회: 기관투자자를 위한 관여 프레임워크’에서 “이제 중요한 질문은 ‘철강산업을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철강사가 실제로 전환하고 있는가’”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철강산업이 기관투자자의 금융배출, 주요 제조업의 공급망 전환, 국내 수소경제 수요 기반을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전환 산업인 만큼, 기관투자자가 철강사 전환을 단순한 ESG 이슈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차원의 위험과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K-스틸법 시행, 철강 전환 제도 기반 마련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하나의 정책 과제로 묶었다. 중국발 공급과잉, 미국·유럽의 통상규제 강화, 고로 중심 생산구조의 탄소배출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철강산업 전환을 주요 정책 과제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 곧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전환의 속도와 수준은 기업의 투자 결정과 실행에 의해 좌우된다. 기후솔루션은 보고서를 통해 기관투자자가 철강사의 탄소중립 선언 여부를 넘어 설비 전환 일정, 저탄소 기술 투자, 청정수소와 저탄소 전력 확보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2030년 이전 설비 전환 일정과 생산구조 변화 ▷전기로·수소환원제철·청정수소 확보 등 저탄소 전환 투자와 기존 고로 유지 투자의 구분 ▷K-스틸법과 수소·전력 정책이 실제 투자 계획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을 주요 관여 의제로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이미 철강사를 대상으로 설비 전환 계획, 자본적 지출, 정책 관여 활동 등을 점검하는 관여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해외 주요 철강사들은 투자자 요구에 따라 감축목표 강화, 저탄소 설비 투자 확대, 정책 관여 공시 개선 등을 추진해 왔다.

철강 전환, 포트폴리오의 위험과 기회: 기관투자자를 위한 관여 프레임워크 통계 자료 /자료제공=기후솔루션

국민연금 금융배출 24%, 철강산업이 차지

보고서는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철강산업이 투자 비중에 비해 훨씬 큰 금융배출 영향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가운데 포트폴리오 평가액의 약 95%를 차지하는 242개 기업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의 운영기반 배출, 즉 스코프 1·2 기준 금융배출량은 약 1159만tCO₂eq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철강산업은 약 281만tCO₂eq를 차지해 전체 금융배출량의 약 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배출은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에 비례해 간접적으로 책임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한다. 스코프 1은 공장과 설비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스코프 2는 전기·열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을 의미한다.

철강산업이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 평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금융배출 기여도는 이보다 훨씬 커, 철강산업이 포트폴리오 전환 위험 관리에서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할 산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종목별로는 포스코홀딩스가 약 228만tCO₂eq로 전체 금융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현대제철 역시 상위 배출 기여 기업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모든 기업에 동일한 수준으로 관여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배출 기여도가 높은 산업과 기업부터 우선적으로 점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철강산업에 대한 관여는 특정 기업의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 포트폴리오 전반의 전환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망·수소경제까지 좌우하는 철강 전환

보고서는 철강산업의 중요성이 철강사 자체를 넘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건설, 기계, 인프라, 전기전자 등 주요 제조업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배출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의 공급망 배출에도 반영된다.

저탄소 철강 공급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이들 산업 역시 원재료 단계의 배출 감축에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다.

기후솔루션이 국민연금 보유 기업을 분석한 결과, 철강을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 44개 종목은 포트폴리오 평가액의 약 21%를 차지했다. 그러나 금융배출량 기준으로는 스코프 1·2·3 기준 금융배출량의 약 64%, 스코프 3 기준 금융배출량의 약 68%를 차지했다.

철강산업에 대한 직접 투자 비중은 제한적이지만, 철강 전환의 영향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을 통해 포트폴리오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철강산업은 국내 수소경제 성장의 핵심 수요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수소경제는 생산 확대만으로 성장하기 어렵고, 생산·저장·운송·전력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할 대규모 수요 기반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2024년 한국 조강 생산량과 고로 생산 비중을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수소환원제철이 본격 도입되면 철강산업의 잠재 수소 수요가 약 276만~414만톤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정부가 전망한 2050년 산업 부문 수소 수요의 약 26~39%에 해당한다.

기후솔루션은 철강산업의 전환 속도와 수소환원제철 도입 여부가 국내 수소경제의 수요 기반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박현정 연구원은 “철강은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에서 평가액 비중은 작지만 배출 영향은 매우 큰 산업”이라며 “수백 개 종목을 다 들여다보지 못해도 철강 섹터 관여만으로도 효과적으로 포트폴리오 전체의 전환 위험을 관리하고 저탄소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는 철강사의 탄소중립 선언 여부보다 어떤 설비를 언제 전환하고, 어떤 기술에 얼마를 투자하며, 필요한 청정수소와 저탄소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K-스틸법 이후에는 정부 정책이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와 전환 전략으로 이어지는지도 중요한 관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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