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국내 반도체 대형주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급락 구간에서 ‘저가 매수’에 나섰다가 대거 손실 구간에 진입한 반면,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하며 상승 여력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다음주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로 쏠리고 있다.
2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SK하이닉스 투자자의 61.8%가 손실 구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보름 전 27% 수준이던 손실 비중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손실 투자자 비중이 21%에서 41.57%로 뛰었다. 단기간 급락에 개인 투자자들의 계좌 수익률이 빠르게 악화된 것이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 국면에서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개인 순매수 1·2위는 삼성전자(16조8172억원)와 SK하이닉스(7조705억원)가 차지했다. 두 종목 주가가 각각 23.3%, 26.5% 하락하는 동안에도 ‘저점 매수’가 이어졌다.
하지만 주가는 기대와 달리 반등하지 못했다.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반도체주도 변동성에 크게 흔들렸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에 따라 단기 종전 기대가 약화되며 하루 만에 5~7%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체감 손실도 커지고 있다.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경우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음의 복리’ 효과까지 겹쳤다는 반응이다. 저점이라고 판단해 매수했지만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반면 증권가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단기 주가 변동성과 별개로 반도체 업황 자체는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다. 특히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이 핵심 근거로 제시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2조4681억원, SK하이닉스는 31조1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증권사는 이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전망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최대 32만원으로 제시하며 1분기 영업이익을 약 40조원으로 추정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메모리 재고가 1~2주 수준에 불과해 공급 제약 속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서프라이즈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6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록호 연구원은 “D램과 낸드 가격이 예상보다 높아 가격 가정을 상향했다”며 “고객사들이 향후 가격 상승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구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구글의 메모리 압축 기술 ‘터보퀀트’에 대해서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기술 검증이 필요하며 오히려 AI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관건은 ‘전쟁 변수’다. 증권가에서는 이란 전쟁이 단기에 마무리될 경우 주가가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보지만,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과 유동성 축소가 이어지며 목표주가 하향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1분기 실적 발표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웃돌 경우 최근 조정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지정학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실적 호조에도 주가 부진’이라는 괴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지금의 반도체 투자 환경은 ‘펀더멘털과 매크로의 충돌’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회사는 잘 벌고 있는데, 주변 환경이 안 좋아서 주가는 못 오른다”는 뜻이다.
실적은 사상 최고 수준을 향하고 있지만, 시장은 전쟁과 금리, 유동성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저점 매수’가 성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장기 물림으로 남을지는 이번 실적 시즌이 가를 전망이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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