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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 4대그룹 총수의 ‘한남동 살이’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6.04.02 06:30
ㅣ 수정 : 2026.04.02 06:30
용산구청 이건희 회장 뒷집 길 파헤친 까닭
삼성 이건희 선대회장이 살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저택 모습.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4대그룹 총수, 삼성 이재용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 LG 구광모 회장은 모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살고 있다. 풍수가들은 한남동이 재운(財運), 재복(財福)이 들어오는 곳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재벌 총수들이 한남동에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강북의 도심과 서울 강남 한 중간이니 어디나 접근성이 좋다. 이와함께, 총수들이 사는 곳은 남산의 남쪽 경사면(斜面)으로 한강 조망권이 뛰어나다. 여기에 한남동의 부촌은 개발 과정에서 큰 집 위주로 지어져 치안 및 보안성도 뛰어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50m 정도 떨어진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이다. 어머니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두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SK그룹 총수 최태원 회장도 한남동 이태원언덕길 단독주택에 거주한다. 최 회장은 이 집에서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이사장은 이 집에 살면서 잠시도 두꺼운 커튼을 걷을 수 없었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톱스타 연예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유엔빌리지에 살고 있다. 정 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자택도 이곳이고, 자형(姊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가족 등 오너 일가가 한 울타리 안에 거주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이 오랫동안 살았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도 소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매년 정주영 회장과 부인 변중석 여사의 제사를 모시고 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단독주택이 아닌 한남동 더힐 아파트에 거주한다.
구 회장은 2016년 2월, 당시 강북 최고가 아파트로 주목받은 한남더힐의 91평형 복층 아파트(전용면적 241.05㎡, 공급면적 302.99㎡)를 62억 8000만원에 매입했다고 한다. 3년 뒤에는 바로 아래층의 동일 면적 아파트도 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대 초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오랫동안 살던 한남동을 떠나 용산구 이태원동에 새 저택을 지었다. 하지만 바로 뒷집에 살던 유명 재벌 회장이 용산구청에 건축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자기 집 바로 앞의 새로 짓는 이건희 회장 집이 한강 조망을 가리는 것이 진짜 이유였지만, 표면적으로는 건축법 위반을 내세웠다. 용산구청이 검토한 결과 이건희 회장 자택의 건축을 취소해야 할 사유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냥 자기 집 앞에 더 크고 좋은 집이 들어서는 게 싫었던 것이다.
소송이 들어오자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설계도를 검토하고 현장조사를 해본 결과 사소한 문제는 있었지만 건축허가를 취소할 사안은 아니었다.
괜한 트집이라고 생각한 구청장은 소송을 낸 뒷집 재벌회장 집의 건축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불법 증축에 하수도 공사까지 한 사실이 발견되는 등 오히려 뒷집의 불법행위가 수두룩하게 나왔다.
구청장은 “불법 하수도 공사를 문제삼아 굴착기를 동원해서 뒷집의 차가 드나드는 도로를 파헤쳐버렸다”고 자랑삼아 얘기했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든 것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구청장은 “모르는 소리”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형사사건으로 치자면 무고죄에 해당 될 정도로 엉터리 소송을 내서 판사와 구청 등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했으면 자신의 불법 건축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덧붙인 구청장의 다음 이야기가 놀라웠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이 엄청난 돈을 들여 최고의 자재와 기술로 최고의 집을 짓는데, 국가는 이런 돈을 들여 개인 집을 지을 수 없으니 보나마나 대한민국 최고의 집, 장차 문화재가 될 것이다. 한 백년쯤 지나면 통상 이런 집은 국가나 우리 용산구청 소유가 된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살던 용산구 한남동 자택은 이건희 회장 때 삼성그룹에서 귀한 손님을 맞는 영빈관인 승지원(承志園)으로 다시 꾸몄다. 승지원은 최고의 자재로 만든 문화재급 한옥(韓屋)으로 꼽힌다.
2020년 10월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뒤, 유족은 수조원 어치에 달하는 이 회장 소유 문화재와 미술품을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해당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수백년치 예산을 모아도 구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경제대국, 부국(富國)이라고 해도 이건희 회장처럼 값비싼 미술품을 수집할 여력은 없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오직 ‘슈퍼리치’, ‘초거부(超巨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건희 회장이 소유했던 수조원 상당의 문화재는 공공의 것이 됐고, 그가 가졌던 재산 중 절반, 12조원도 상속세로 국가에 귀속됐다.
그때 용산구청장의 말에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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